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슈에 모든 쟁점이 잠식됐다는 비판만 남긴 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무더기 발부와 위원들의 막말 논란, 위원장에 대한 징계안 제출 등 여야 모두 정적 때리기에만 몰두한 채 ‘감사’가 아닌 ‘수사’에 가까운 정쟁을 벌였다는 혹독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국감에서 불출석 증인에 대해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총 27건(중복 발부 포함)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동행명령장이 한 건도 발부되지 않았고 20대 국회에서 2건, 21대 국회에서 1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다. 22대 국회 첫 국감에서만 19~21대 국회까지 12년 동안 발부된 동행명령장 건수(16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동행명령이 발동된 증인의 대부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논문 대필 등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채택한 증인이다. 21일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에 대한 동행명령이 의결돼 헌정사상 처음으로 영부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김건희 국감’을 예고한 민주당이 관련 증인을 무더기 채택하며 예견됐던 수순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로 맞불을 놨다. 여당은 법사위 법원 대상 국감에서 각 법원장에게 이 대표의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했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음주운전 사건과 불법 숙박업 의혹을 집중 질타했다.
여야가 정적 죽이기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피감기관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국감을 평가해온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 따르면 국감 2주 차까지 감사받은 피감기관 630곳 중 209곳(33.2%)은 단 한 번도 질의를 받지 못했다. 모니터단은 이를 두고 “정부의 예산 낭비, 부정 비리 지적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수사하듯 하는 정쟁 국감”이라고 평가했다.
의원들의 막말 논란과 개별 의원들을 겨냥한 징계 시도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25일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권을 박탈했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와 직권남용 혐의의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각각 문화체육관광위와 법사위 국감에서 막말 논란이 불거진 양문석·장경태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안을 제출했다.
여야는 다음 주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마지막까지 김 여사 관련 사안으로 충돌할 전망이다. 야당은 다음 달 1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국감 증인으로 김 여사와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 씨 등을 채택하고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규명을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