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피싱 대책'에 담겨야 할 것들

윤지영 IT부 기자


“최근 스미싱(문자 결제 사기) 피해는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된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URL)를 실행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신사가 불법 스팸 문자 중계를 최대한 차단해도 관련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이동통신사 정보 보호 담당 임원은 스미싱·보이스피싱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과거와 달리 휴대폰 문자 메시지 외에도 SNS 등 피싱 범죄에 활용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다 보니 통신사가 문자 중계사의 문자 전송 속도를 낮추는 등의 대책만으로는 날로 고도화하는 범죄를 완벽하게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기자도 유사한 사례를 겪으면서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새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두 번이나 초대돼 주식 투자를 권유받았고 곧 한국에 입국한다면서 뜬금없이 라인 아이디를 보내 친구 추가부터 해달라는 경우도 두어 번 있었다. 수십여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초대, 부동산 투자 정보라며 URL 클릭을 유도해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한 보안 업체 관계자는 “판단력이 흐린 미성년자도 SNS를 이용하다 보니 얼마든지 범죄에 노출돼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스미싱 등 범죄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집계한 스미싱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9년 207건이던 피해 건수는 지난해 1673건으로 8배나 급증했다. 통신 업계와 검찰청·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들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양한 창구를 통해 고도화하는 피싱 범죄는 규제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싱 범죄 예방하려면 정부기관과 통신사뿐 아니라 플랫폼 업계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SNS 등 창구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보이스피싱 예방 대책’에 통신사와 플랫폼 등 ICT 업계가 함께 고민한 묘책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