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 원 이상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들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잇따라 받으면서 기존 강자들과 치열한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FDA 승인을 받은 신약들은 치매·비소세포폐암·아토피 등 시장에서 관심이 큰 분야다. 새로운 신약들이 시장에 출시되면 기존 제품들과 성능, 가격, 투약의 편의성 등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우며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FDA는 총 13개의 신약을 승인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항암·중추신경계(CNS)·자가면역질환·희귀질환 등의 분야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 아토피치료제인 일라이 릴리의 ‘엡글리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유한양행(000100)의 ‘렉라자’ 등 시장의 주목을 받던 블록버스터급 신약들이 다수라 향후 시장 판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릴리의 키썬라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와 맞대결을 펼친다. FDA 승인을 받은 치매치료제는 레켐비와 키썬라뿐이다. 레켐비와 키썬라 모두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한다. 키썬라는 레켐비 대비 투약 편의성과 효능 우위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키썬라는 월 1회 투약하고 6개월 동안 지속했을 때 인지 능력 감소를 35% 늦춰준다. 레켐비는 2주에 1회 투약하고 인지 능력 감소를 27% 지연시킨다. 레켐비는 연말 국내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가 불발된데 이어 최근 호주 식품의약품청(TGA)도 뇌 부종과 뇌출혈 등 부작용을 이유로 레켐비의 사용 승인 신청을 거절했다.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엡글리스의 경쟁 약물은 사노피의 ‘듀피젠트’다. 세계 최초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인 듀피젠트는 2017년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다. 지난해만 15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사노피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듀피젠트가 천식·부비동염·식도염·결절성 가려움증 등에 이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으며 시장 경쟁력이 높아졌다. 사노피는 올해 연간 듀피젠트 매출이 130억 유로(약 1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듀피젠트의 독주에 맞서는 엡글리스의 경쟁력은 투여 편의성이다. 월 1회 투여하는 엡글리스는 2주에 1회 투여하는 듀피젠트 보다 편의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엡글리스가 염증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인터루킨(IL)-13’을 차단하는 단일항체 치료제로 IL-4와 IL-13을 동시에 억제하는 듀피젠트보다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맞붙는다. 렉라자의 미국 약가는 최근 타그리소보다 높은 3억 원에 책정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시장점유율은 타그리소가 69%, 렉라자가 31%로 타그리소가 2배 이상 높다. 관건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렉라자의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 데이터다. 렉라자 입장에서는 타그리소보다 효능이 좋다는 점을 입증해야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의 표적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의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 데이터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mOS데이터가 타그리소 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을 때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