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유럽의 자동차와 명품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동맹국인 유럽에도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2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 바클레이즈가 미국 관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한 28개 유럽 주식그룹의 주가가 9월 말 이후 7% 하락했다. 이 그룹에는 영국 주류기업인 디아지오,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MVH), 독일 자동차기업 폭스바겐, 세계 2위 트럭제조업체인 다임러 등이 포함돼 있다. FT는 올 들어 유럽 증시가 8% 상승한 가운데 이들 그룹의 주가는 2% 하락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이 성공할 경우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 기업의 핵심 소비 시장인 중국의 부진도 한몫했다. 픽셋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인 루카 파올리니는 “이들 업종은 트럼프 효과, 유럽연합의 성장 정체,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유럽 주식 전략책임자인 엠마누엘 카우는 최근 공화당이 대통령과 양원을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Red Sweep)’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이 이들 유럽 기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재선 시 유럽 동맹국에 20%, 중국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임러나 디아지오 등 몇몇 유럽 기업의 경우 매출의 30%를 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유럽 시장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휴 김버는 유럽 시장이 이미 미국 증시에 비해 4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무역전쟁 재점화에 대한 우려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야누스헨더슨의 펀드매니저인 마크 샤츠 역시 “레드 스윕은 오히려 광범위한 주식 랠리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는 유럽 증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결정적인 승자가 나온다면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