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가전에 퀄컴 칩 탑재가 추진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전이 지능화하면서 첨단 칩 탑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추기 위해서다. 갤럭시 S25용 엑시노스의 탑재가 불발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내년도 출시될 스마트폰 신제품에 비싼 퀄컴 모바일 프로세서 탑재를 늘려야 하는 삼성은 가전에도 퀄컴 제품을 적극 탑재해 비용 효율화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 가전에 퀄컴 칩 탑재를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가전에는 첨단 칩보다는 전력 제어, 모니터링, 센서 감지 등에 관계되는 저성능 반도체들이 탑재돼왔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영상, 각종 애플리케이션 등을 동시 처리해야 할 스마트폰용 반도체(AP) 대비 저사양의 제품들이어서 중국이나 대만산 저가 제품들이 채택됐다. 이런 추세는 AI 가전이 대세가 되며 바뀌고 있다. 가전이 외부 사용자의 음성·영상 등을 기반으로 작동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고 각종 센서에서 오는 정보에도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전과 AI의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활용해 세탁물을 분석하는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나 식재료의 상태를 AI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제안하는 오븐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탑재를 목표로 AI 가전에 최적화된 온디바이스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AI 기능이 탑재될 다양한 가전에 여러 기업의 첨단 반도체 칩을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2025년 온디바이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도입한 가전 출시를 목표로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저전력·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 자체 칩 개발 등 연구가 여러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 가전으로는 우선 냉장고 등이 꼽히고 있다. 최신 삼성 냉장고에 들어간 AI는 카메라로 식재료를 파악해 레시피를 추천해주는데, 이 같은 AI 기능이 더 고도화되려면 첨단 칩의 뒷받침이 필수다. 현재 삼성 가전 중 첨단 퀄컴 칩은 플래그십 로봇청소기에 들어간 로보틱스·사물인터넷용 제품이 사실상 유일하다.
물론 삼성전자가 퀄컴 칩을 선택하는 데는 다른 영업적 포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500을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5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해왔으나 쉽지 않아지면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신제품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엑시노스의 2배가량 높다. 회사는 가전 지능화 추세에 맞춰 가전 제품에도 퀄컴 칩을 적극 확대해 모바일 AP 구매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스냅드래곤 제품 가격이 전작 대비 20%나 올라 삼성도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가전 지능화에 맞춰 이왕 첨단 AI 칩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면 퀄컴을 선택해 비용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으니 삼성으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