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 재선임 불발…법원 "가처분 신청 이익 없어" 각하

민 전 대표 측 ‘역바이럴’, ‘뉴진스 표절’ 등 주장에 재판부 "따져볼 필요도 없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 7월 업무상 배임' 혐의 관련 첫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사내이사가 요구해왔던 어도어 대표이사직 복귀가 좌절됐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민 이사가 하이브(352820)를 상대로 낸 어도어 대표이사 선임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청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피보전권리(보호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각하 결정은 법원이 판단을 내릴 필요 자체가 없이 소송 자체를 배척한다는 처분으로 재판부가 하이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동안 민 이사는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도어 대표이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하이브 측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어도어 정상화, 멀티레이블 고도화, 아티스트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어도어는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민 전 대표를 해임했다. 제작과 경영의 분리가 어도어에 이익이 되며 멀티레이블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 해임의 주된 이유였다. 민 이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하이브를 상대로 자신을 어도어 대표이사로 복귀시키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사이 체결된 주주간계약상 정해진 대표이사 임기를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이브는 이미 주주간계약이 민 이사의 귀책으로 인해 해지된 상황이라며 대표이사 복귀는 불가하다고 맞섰다.


지난 11일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 민 이사 측은 하이브가 민 이사와 뉴진스를 비방하거나 성과를 축소하는 이른바 ‘역바이럴’과 차별 대우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 소속 그룹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주주간계약의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설령 계약 당사자간의 신뢰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하이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민 이사가 뉴진스와 어도어를 빼돌리려고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를 실제 실행했다고 반박했다. 하이브는 민 이사의 배신행위를 올해 2월에서 3월경 처음 접했으며, 4월 감사를 통해 이상우 전 어도어 부사장의 동의 하에 컴퓨터에서 자료를 확보해, 계획의 전모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뉴진스 표절 의혹, 역바이럴 의혹 등에 대해선 전면 부정했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는 뉴진스가 자신과 행동을 같이 한다면, 하이브로서는 뉴진스의 정상적인 활동이 없는 어도어를 가지고 있느니, 차라리 요구대로 민 전 대표 측에 어도어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민 전 대표의 계획은 무모한 상상력의 소산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선 주주가 이사들에게 의결권 행사 등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프로큐어’ 조항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민 이사는 하이브가 대주주 자격으로 어도어 이사들에게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하이브는 다수의 판례와 학설에 비춰볼 때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이브는 민 이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작성한 논문을 민 이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번 가처분 승소로 하이브는 민 이사와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현재 민 이사가 하이브 및 산하 레이블로부터 피소당한 소송 건수는 1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도어는 지난 17일 임시주총을 열고 민 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임기는 내달 2일부터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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