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문제와 노조 파업으로 경영난에 빠진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190억 달러(약 26조 2300억 원) 규모의 주식 매각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28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보유 자사주 90만 주와 주식예탁증서 50억 달러가량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25일 종가(155.01달러) 기준 보통주 매각분으로만 보잉은 140억 달러를 조달하게 된다. 이는 2020년 소프트뱅크그룹의 티모바일 지분 일부 매각 이후 미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다. 블룸버그는 “전체 자금 조달 규모는 218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보잉은 이번 자금 확보로 우선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부터 잇단 품질 결함 사고로 주요 수입원인 ‘737맥스’ 생산이 연기된 데 이어 9월부터 지속된 노조 파업으로 대형기·소형기 생산까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흑자전환이 기대됐던 보잉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보잉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보잉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며 하향 검토 의견을 냈다. 무디스 역시 보잉에 대해 ‘Ba3’에서 하향 검토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두 등급 모두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자부적격(정크)이 된다.
보잉은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향후 3년간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해 250억 달러를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골드만삭스·씨티은행 등과 100억 달러의 신용대출 계약도 체결했다. 보잉은 올해 4분기 40억 달러를 지출하는 데 이어 737맥스를 포함한 여객기 생산 라인이 재가동될 때까지는 현금을 계속 소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켈리 오트버그 신임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성과가 부진한 사업부에 대한 정리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보잉이 우주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트버그 CEO는 보잉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이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프로그램을 포함한 우주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우주기업 블루오리진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의 우주 사업부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지원 사업과 유인 우주캡슐 ‘스타라이너’ 발사 등을 맡고 있다. 스타라이너는 개발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경쟁사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에 뒤처진 데다 기체 결함 등 문제로 실적 부진을 겪는 보잉에게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