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리는 라틴계 표심…트럼프 '쓰레기 섬' 막말에 발목 잡히나

지지자 "푸에트토리코는 쓰레기 섬" 조롱 발언에
푸에르토리코계·라틴계 유권자 트럼프에 등 돌려
역풍 우려에 “캠프와 무관” 서둘러 진화나섰지만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6% 달해 ‘결과 바꾸나’ 촉각
해리스 “증오와 분열에 모든 시간 쓴다” 맹공격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파우더스프링스에서 열린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젠슨 프랭클린 목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1주일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코미디언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판세를 흔들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는 조롱 섞인 농담에 분노한 라틴계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트럼프는 차별주의자”라고 공세를 퍼부으며 라틴계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전날 뉴욕 유세에서 트럼프 찬조 연설을 한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에 빗대며 농담을 한 탓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계의 한 무당파 단체가 회원 전체에게 트럼프에 반대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일부는 29일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에서 열리는 트럼프 집회에서 항의할 계획도 세웠다. 펜실베이니아는 전체 유권자의 6%가 라틴계이며 이 중 절반이 푸에르토리코계다. 또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격전지로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포인트 이내의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라틴계 유권자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풍을 우려한 트럼프 측은 이례적으로 재빠르게 “농담은 캠프와 관계가 없다”고 선 긋기에 나섰지만 진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리스는 이날 미시간 유세에서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증오와 분열을 부채질하는 데 온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앞서 전날 펜실베이니아 유세 시 들렀던 푸에르토리코 식당에서 “트럼프는 2017년 태풍으로 푸에르토리코에 피해가 닥쳤을 때 휴지와 모욕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했던 해리스의 발언 등을 담은 광고를 제작해 배포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마콤의 국제페인트연합노조(IUPAT) 훈련소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해리스는 미시간 헴록반도체 방문 유세에서도 트럼프의 발언을 저격했다. 해리스는 “‘반도체법에 따른 해외 투자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그 법은 지금 이곳에서 하는 일과 같은 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헴록반도체는 반도체법에 따라 미 상무부가 3억 2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예비 조건 각서를 체결한 곳이다.


트럼프도 이날 조지아를 찾아 해리스의 ‘파시스트’ 발언을 뒤집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트럼프는 “나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해리스는 혐오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나는 나치가 아니라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기독교 지도자의 모임에 참석해 “미국에서 종교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공화당 전통 지지층인 기독교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초박빙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번 대선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소송전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민 중 우편투표를 했으나 결함이 발견된 유권자에게 다시 직접 투표할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연방대법원에 제기했다.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검찰은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보수층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한 명씩 추첨해 상금 1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일이 불법 ‘트럼프 복권’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필라델피아지방법원에 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