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 GBC,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등 대규모 개발의 주요 수단으로 기능하는 ‘특별계획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대폭 손본다. 590여 개 구역 중 절반 이상은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 미추진 구역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특별계획구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동시에 지정 구역들의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기 위해 사업자가 ‘창의적 개발안’을 제시하면 용적률, 건폐율, 높이, 용도지역 규제를 적극 완화해줄 예정이다. 기반시설 설치에 국한된 공공기여 방식도 현금 납부로 확대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 활성화 방안’을 수립했다고 30일 밝혔다. 지구단위계획은 특정 지역의 허용 가능 용도지역, 용적률, 기반시설 규모, 건축물 배치 등을 총망라한 일종의 개발 가이드라인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별도의 개발안이 필요한 지역이 있을 때 지정한다. 통상 대규모 개발 계획이 예정된 곳이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인다. 강남구 GBC, 송파구 잠실경기장, 용산구 전자상가,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등이 특별계획구역 제도를 활용해 개발될 예정이다.
문제는 유명무실한 특별계획구역이 많다는 점이다. 2022년 말 기준 서울시에 지정된 특별계획구역은 588개소, 1400만㎡로 여의도 면적의 4.6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곳이 325개소로 절반이 넘는다. 특별계획구역 지정 후 10년이 지난 장기 미추진 구역도 141개소(24%)에 달한다. 특별계획구역에서 개별 필지는 신·증축 등의 건축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장기 미추진 구역은 시민 재산권 침해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기존 특별계획구역 중 10년 이상 사업 미진행, 개발 목적이 불분명한 구역은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특별계획가능구역 상태로 3년이 지나면 일반 지역으로 전환해 개별 건축행위를 가능케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앞으로는 사업 방안이 명확할 경우에만 특별계획구역으로 신규 지정하고, 주택법·건축법 등 법정 동의요건을 확보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정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지정 후에는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유연한 개발 계획을 적용한다. 사업자가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맞거나 창의적인 개발 계획을 제안하면 용적률은 해당 용도지역의 조례 용적률 2배 이내, 건폐율은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명시된 수준, 높이는 해당 지구단위계획에 명시된 수준의 2배 이내로 올려줄 계획이다. 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시 조례 용적률이 250%인 만큼 공공기여 조건을 충족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건폐율은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시 도시계획 조례보다 통상 10~30%포인트 높다.
용도지역 간(주거·상업·공업·녹지) 변경도 필요하다면 적극 허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특별계획구역에 상업지역에서만 지을 수 있는 호텔, 병원 등을 짓겠다는 제안이 들어오면 용도지역 변경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같은 규제 완화 내용들은 원래도 가능했지만 활발하게 쓰이진 않았다”며 “이번 방안 수립으로 적극적으로 적용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인 공공기여 방식도 다양화한다. 그동안 특별계획구역의 공공기여는 기반시설 설치·제공만 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역 내 기반시설이 이미 충분하거나 적정한 부지가 없는 경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서울시는 기반시설이 충분한 경우 현금 납부도 허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 특별계획구역 지정 대상에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도 추가해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노후 지역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시계획위원회 및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모두 거쳐야 했던 심의 절차도 도시건축공동위원회로 단순화해 기간을 단축한다.
이번 활성화 방안은 이날 이후 신규 지구단위계획 수립부터 즉시 시행된다. 기존 특별계획구역은 연말까지 해제 및 전환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특별계획구역 활성화 방안이 본격 가동되면 중요한 도시개발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