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담장 허물고 자연을 담아…주민들과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다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
중정 놀이터로 '마당' 경험
[POLE 공장]
딱딱한 공간에 생동감 선사
[화조풍월]
집 안팎 사시사철 자연 녹여

경기도 화성시 장지동에 자리한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의 전경. 사진 제공=노경 사진작가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들은 건축가의 관점과 설계 의도가 명확하고 완성도 있게 실현됐으며, 기존의 유형적 범주에 도전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건축물이 소재한 지형의 한계를 매력적으로 재해석했으며 동시에 건축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주변 여건과도 성공적으로 연결 지었다.


건축물 부문 공공분야 대상을 차지한 ‘시립장지하나어린이집'은 경기도 화성시의 의뢰로 임재용 ㈜건축사사무소 오씨에이 대표가 설계했다. 설계자는 '공공성의 회복’을 목표로 주민들이 공유와 공존의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주변과 단절되는 보통의 어린이집 건물과 달리 담장을 없앴다. 특히 어린이집 출입구 주변을 공적 영역으로 바꿔 주민들이 공유의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으며, 어린이집이 공원 인근에 인접한 점을 고려해 건축물이 자연과 대립하지 않고 마치 공원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연결성을 갖도록 했다. 어린이집 내부에는 큰 테라스와 중정 놀이터를 마련했는데, 이를 통해 대체로 아파트에 살아 ‘마당’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마당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청주시 폴 공장 외부 전경. 사진 제공=텍스처 온 텍스처

민간분야 대상을 수상한 ‘폴(POLE) 공장’은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성재리에 들어선 배터리 공장이다. 설계자인 김수영 숨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일률적이고 건조한 느낌의 공장에 조경을 갖춘 정원을 더해 문화·예술적 작품으로 만들었다. 특히 조경을 공장 입구에서부터 건물 내부, 식당으로 가는 길 등 다양한 공간에 조성한 덕에 공장이라는 딱딱한 건물은 생동감을 갖추고 공장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의 배치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공장의 모습은 제조 및 생산을 하는 공장 동과 사무와 식당 등 유틸리티 역할을 하는 부대시설 동이 별동으로 분리된 형태다. 하지만 설계자는 배터리 공장의 경우 분진이나 소음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큰 스케일의 공장들 속에 사무 동과 식당 동, 카페 동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의 모습으로 조화롭게 배치했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에 위치한 ‘화조풍월’의 전경. 사진 제공=소수건축사사무소·노경 사진작가

주택분야 대상을 수상한 ‘화조풍월(花鳥風月)’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에 자리한 전원주택이다. 설계를 맡은 김미희 소수건축사사무소 대표는 906㎡(약 274평)에 달하는 땅을 다양한 자연으로 채우길 원했던 건축주의 요구에 초점을 뒀다. 설계자는 집 안팎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본연의 자연(바깥 정원)’과 ‘만들어진 자연(안마당)’을 조성하는 등 곳곳에 자연을 녹여냈다. 내부 공간의 경우 가장 큰 공간인 천장을 바깥 정원과 동일한 소재인 노출 콘크리트 소재를 이용해 반원형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내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건축물 부문 본상은 '떠다니는 학교(Floating School)’를 콘셉트로 건축된 ‘용남고등학교’와 최양업 신부가 은신한 동굴인 죽림굴(竹林窟)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최양업신부탄생기념경당’, 주말주택인 ‘양평사색’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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