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장 노동자가 여름에 비가 내린다고, 겨울에 눈이 쌓여 예쁘다고 본인들의 공장 사진을 찍어 보내줄까요?”
지난해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 제3 산업단지 내 준공된 폴(POLE) 공장을 설계한 김수영 숨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폴 공장에 다니는 직원들로부터 사진을 받는다. 김 대표는 “계절따라 변하는 공장 내 정원과 풍경을 찍어 보내주시며 ‘좋은 공장을 설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률적이고 다소 건조한 느낌의 공장이 문화적, 예술적 작품의 세계로 진입한 결과다.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민간분야 대상을 받은 폴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정원이다. 김 대표는 “공장에는 법적으로 조경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며 “처음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마사토를 깔고 끝내려고 했지만 공장이라는 건조함 속에서 촉촉함을 더하겠다는 생각으로 조경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폴 공장에는 세 개의 조경이 있다. 하나는 폴 공장 입구에 있어 공장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식을 선사한다. 다른 하나는 건물 내부, 또 다른 하나는 식당으로 가는 공간에 구성됐다. 김 대표는 “식당의 중경은 직원분들이 밥을 먹고 직접 걷고 느낄 수 있다”며 “식사 후 짧은 시간을 쉬더라도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쉼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시사철 빛이 내부에 들어오는 조경이 있어 다소 딱딱한 공장이라는 건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고 덧붙였다.
폴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 간 유기성이다. 통상 우리나라 공장은 일반적으로 제조 및 생산을 하는 공장 동과 사무와 식당 등 유틸리티 역할을 하는 부대시설 동이 별동으로 분리돼있다. 이렇게 동이 나누어지게 되는 주된 이유는 기계가 사용하는 설비영역과 사람이 사용하는 부대영역이 별도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폴 공장 역시 처음 기획안은 공장 동과 부대 동이 별도의 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배터리의 단자를 생산하는 독특한 제조 프로세스와 직원들의 업무와 휴게의 동선을 고려해 동을 분리하고 재배열을 해 유기적으로 늘어놓았다. 주변의 산새를 배경으로 큰 스케일의 공장들 속에 사무 동, 식당 동, 카페 동이 마치 옹기종기 모인 마을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 김 대표는 “배터리 공장은 분진이나 소음이 크지 않다”며 “예를 들어 시멘트 같은 공장의 경우 공장 동과 사무 동을 붙여 놓을 수 없겠지만 배터리 공장이라는 특성을 살려 건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폴 공장 외피의 주재료로 쓰인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이다. 건축물의 첫인상에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모습이 표면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반복되는 깊은 스테인리스 스틸 루버는 사무 동, 식당 동, 카페 동의 서로 다른 스케일의 매스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각 동의 서로 다른 섬세함의 미세한 차이가 개별적인 표정으로 드러난다. 외피에서 보이는 수직패턴은 내부의 천정에 부착한 알루미늄 루버와 세로방향으로 세라믹코팅을 입힌 프릿글라스를 적용해 전체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계의 최적화가 최상의 목표인 공장에서 폴 공장은 공장의 생산프로세스와 업무, 휴식, 식사 등의 활동프로세스를 겹쳐서 놓음으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며 “향후 공장의 프로세스 완전 자동화를 고려해 코어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동선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대동은 로비와 중정을 중심으로 동선을 배치해 꽉 짜인 시간과 공간 사이에 틈을 만들어 놓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