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업을 맡고 있는 실무자 가운데 가장 많은 57.1%(16명)가 실물이전과 관련해 가장 시급히 보완할 점으로 ‘이전 대상 금융사가 취급하지 않는 상품 현금화의 절차 간소화’를 꼽았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동일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금융사들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전하려는 금융사에서 현재 고객이 투자 중인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하지 않을 경우 상품 매도 없이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 가령 A금융사를 통해서 B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한 고객이 C금융사로 실물이전을 하려면 C금융사도 B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은행 원리금 보장형 상품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올 들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고 있는 까닭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체 응답자 중 14.3%(4명)는 보험사 이율보증보험(GIC) 상품의 현물이전이 허용되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에는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이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보험형 자산관리 계약에 해당되는 보험사가 이번 퇴직연금 유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이유기도 하다.
퇴직연금 상품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전체 응답자 중 14.3%(4명)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물이전은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가능한데 이게 영업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이 관리하는 IRP는 퇴직연금 사업자 선택에 제약이 없지만 DB형과 DC형은 회사가 계약을 맺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에 한해서만 실물이전이 가능하다”며 “상품 수익률이 아무리 좋다 한들 회사가 해당 금융사와 퇴직연금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IRP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며 고객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DB형이나 DC형은 이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은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IRP가 빠르고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DB형과 DC형 비중이 전체의 77%(9월 기준)로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