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당정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국민 우려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11월까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 관련 해법으로 제시한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도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철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쇄신’을 주문하면서도 당정 갈등 우려를 의식한 듯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상생해야 한다”며 추가 확전은 자제했다.
한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와 관련 문제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고 그 문제가 중요한 건 분명하다”며 “지금은 특별감찰관의 역할과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쇄신의 첫걸음인 특별감찰관 도입마저 머뭇거린다면 민심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도입을 통해 여권의 최대 악재인 김 여사 리스크를 털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발언이다.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에 대해 “당정이 함께 추진하고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다만 국민 우려와 실망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혁 추진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4대 개혁의 연내 가시적 성과를 위해 정책 속도전을 주문한 만큼 김 여사 문제 해결이 우선되지 않으면 개혁의 동력도 얻기 힘들다는 점을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대표는 최근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우리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며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정이 시너지를 높여 상생해야만 나라의 퇴행을 막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며 당정 갈등 종식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김 여사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대통령실도 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며 “저희가 요청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야 한다고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 헌정 위기를 조장하고 사법 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특별감찰관을 두고 한 대표와 충돌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한 대표 기자회견에 앞서 전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회동을 소집했다가 돌연 연기했다.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대표에 대한 견제성 모임이 아니냐는 평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친윤(윤석열)계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 토론회에서 “분열은 곧 탄핵을 부른다. 윤 대통령의 변화와 한 대표의 전략적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당정의 갈등 해소를 촉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한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반면 국회 본관 당 대표실에는 지지자들이 보낸 취임 100일 축하 꽃바구니가 놓이는 등 대조적 장면이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