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최근 가수 로제의 노래 '아파트'가 뜨는데 아파트 값이 오를까 고민하고 있다"면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강대에서 '글로벌 시대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 주제로 특별 강연을 펼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짚으며 “의식주 가격이 적당해야 된다는 면에서 집값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통화정책에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환율·부동산·내수 중 가중치를 어디에 두냐는 질문에는 “그때마다 다르다”고 일축했다. 다만 ‘집값’을 강조한 건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이 통화정책 운용에서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성장률 쇼크’ 등에 대해 재차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전 세계 다 좋은데 우리만 나쁘면 똑같은 2%더라도, 전 세계 4~5%일 때 2%면 낮은 것이고 0%일 때 우리가 2%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제가 어렵다. 어려운 건 사실인데 이럴 때 통화정책 할 때 어렵다는 것만 강조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면 그 어려움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하게 된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처럼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가 전 세계 다 안 좋은데 우리만 좋을 수 있나"며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서 (통화)정책을 하는 게 맞는 건데 그런 거에 대한 생각이 없다. 기업은 있는데 전체적으론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대학 입학 정원 내 ‘지역별 비례제도’를 다시 꺼내 들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학생들 편차를 보면 지방 학생들이 84%, 서울 학생들이 16%다”며 “각 학교에서 지방학생들을 80%로 뽑겠다. 이렇게 비율로 정하면 (수도권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교육 문제를 포함해 기후, 노동 인구 감소 등 구조 개혁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서는 "고령화가 시작되면 한 10년 뒤에는 그때 한은이 한 얘기가 맞구나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그는 학교를 떠나 국제기구에 일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총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내가 아는 경제학이란 건 교과서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20년 넘게 경제학을 했는데 세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