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010130) 주식 7만1766주를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간의 공개매수 경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9월까지여서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한 뒤에 추가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국민연금이 9월30일 기준 154만8609주(7.48%)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6월 30일 기준 162만375주(7.83%) 대비 0.35% 줄어든 규모다.
MBK의 공개매수만 진행됐던 9월에는 고려아연 주가는 73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기존에 50만원대에 매입했다고 보수적으로 잡아도 143억 원 정도 수익을 올렸다고 예상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식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난 3월 변경했다. ‘단순투자’ 목적이면 ‘5%룰(최초 5% 보유, 지분 1% 변동)’에 따라 보고 의무 발생 시 다음 분기 10일 이내에 공시하면 된다. 즉, 내년 1월 초에나 공개매수 기간 중 얼마나 정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적극적 유형의 주주 활동을 의미하는 ‘일반투자’ 목적이면 익월 10일 이내 공시해야 한다.
10월 들어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로 종료일인 23일까지 주가는 87만7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154만원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맡기는 3~4%는 상당수 정리했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1%만 정리해도 매도 가격에 따라 1000억 원 이상의 차익도 기대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해 10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만약 최근 시세가 급격히 상승했는데도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거나 지분을 장내에서 매도하지 않았다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황제주’에 등극하고 154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67만원(예정)의 유상증자 발표 후 급락하면서 한 순간의 꿈처럼 대규모 이익이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대신 보유 지분 만큼 경영권 분쟁에서의 ‘캐스팅 보트' 역할은 더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