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안보라인 2기 ‘육사 43기 전성시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미국통’ 국가안보 책임자 인성환 2차장
군 전력·기획 분야 전문가 김선호 차관
해외정보 수집·방첩 총괄 홍장원 1차장

지난 2022년 5월 취임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첫 군 수뇌부 인사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대장 7명 가운데 육사 출신이 4명이나 임명됐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문재인 정부 때 육군사관학교 출신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경우 역대 첫 학군장교(ROTC) 출신 육군총장로, 육사 출신이 아닌 학군장교 출신 총장이 배출된 것은 1948년 육군 창설 이후 72년 만에 처음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국방부 장관에 해군 출신 송영무 장관, 공군 출신 정경두 장관을 차례로 임명했다. 육사 출신인 서욱 장관을 임기 막바지에 임명하면서 ‘육군 홀대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이전 정부의 주요 인사에서 배제됐던 육사 출신이 다시 등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한 군 수뇌부 첫 인사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한 대장 7명 전원을 교체했다. 대장 5자리 중 학군사관 출신이 임명된 육군 2작전사령관을 빼고 4자리를 모두 육사 출신이 꿰찼다.


육사 출신이 군은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전진 배치되고 있다. 최근 현 정부 출범 후 줄곧 외교라인이 맡아왔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장관급)에 육사 출신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수평 이동한 바 있다. 군 출신이 임명되는 것은 7년 만이다. 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차관급)도 육사 출신인 김용현 현 국방부 장관이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 육사 출신이 안보라인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안보라인 2기로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핵심 수뇌부(차관급) 자리를 육사 출신 3명이 차지하고 있다. 안보당국 주변에서는 이들 3명의 차관급 모두 1987년 같은 해 임관한 육사 동기들이라는 점에서 ‘육사 43기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 사람은 안보 업무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도 자주 통화할 정도로 동기애가 끈끈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윤석열 정부 안보라인 2기의 핵심인 이들 가운데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가장 먼저 임명(2023년 9월)됐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방 안보를 총괄한다. 국방혁신위원회 간사도 겸임한다.


예비역 육군 소장인 인 차장은 육군사관학교 43기로 소위 임관 후 한미 연합작전 및 대미정책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아올린 ‘미국통’이다. 군 복무 중 영국으로 유학해 영국 버밍엄 대학교 대학원에서 안보 전공으로 국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통으로서 대위시절 한국군 장교 최초로 JSA(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유엔군사령부 경비중대장을 맡았다. 미합중국 중부사령부 파견 임무수행 중 공로를 인정받아 근로공모훈장을 받기도 했다. 육군 제56사단장(소장) 시절 미 정부로부터 한미연합사단 창설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외국군에게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공로훈장을 받은 바 있다.


대령 때는 제28보병사단 제82보병연대장, 제9공수특전여단 참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지상작전과장, 한미연합군사령부 기획참모부 정책처장을, 장성 진급 이후 준장 때는 한미연합사단 한측 부사단장을, 소장 때는 제56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작권전환추진단장 등을 역임했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중장 진급에 실패하면서 합동군사대학교 총장, 제2군단 부군단장을 끝으로 전역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

세 명 가운데 두 번째로 임명(2023년 10월)된 예비역 육군 중장인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수도방위사령관을 역임한 군 전력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 차관도 육군사관학교 43기로 1987년 소위 임관 후 33년 동안 군 복무를 하다 2020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군 기획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고 있어 차관으로서 국방정책을 치밀하고 꼼꼼한 챙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차관의 임명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황인무 차관(예비역 육군 중장) 이후 8년 만에 예비역 장성의 국방부 차관이라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서주석, 박재민 차관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전임자인 신범철 차관은 공무원 혹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출신 민간 전문가였다.


대령 때는 제23보병사단 포병연대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전략기획과장을, 장성 진급 이후 준장 때는 제22보병사단 부사단장, 국방부 병영혁신위원회 T/F장, 육군본부 육군개혁실 군구조개편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2차장을, 소장 때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 전력기획부장을, 중장 때는 수도방위사령관을 맡았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대장 진급에 실패하면서 수방사령관을 끝으로 2000년에 전역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군문을 나간 지 3년 만에 국방부 2인자인 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

세 명의 동기 가운데 가장 마지막 임명(2023년 11월)된 홍장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 입부한 이후 30년 넘게 국정원에서 재직했다. 현재 국정원의 방첩·대테러, 국제정보 수집·분석, 대외정보 협력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홍 차장도 육군사관학교 43기로 1987년 소위 임관한 후 군 생활을 시작했다. 졸업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수 및 훈육장교가 선발하는 ‘대표화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육사 졸업식 때 대통령상을 받는 수석 졸업자와 함께 육사 생도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이 대표화랑이다. 대표화랑은 생도 시절의 성적과 체격, 근무생도 활동 들을 고려해 동기생 가운데 가장 촉망받는 사람을 대표화랑으로 뽑는다. 이 때문에 동기생의 간판이자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병 소위로 임관해 대위 진급 후 육군특수전사령부 직할 제707특수임무대대(현 제707특수임무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한 대테러 작전 전문가이기도 하다. 임관 5년 차인 1992년 대위로 전역한 뒤 국가안전기획부로 적을 옮겼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현 정부 들어 국정원장 대북특보로 임명된 후 국정원 2인자인 1차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홍 차장은 주영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맡는 등 주로 해외첩보 수집 및 대북 공작 파트에서 첩보 수집이나 휴민트(인적정보) 관련 업무 성과가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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