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장비 제조업체 필에너지가 글로벌 우량 고객사와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수주는 주력인 조립 공정의 전 단계인 전극 공정 장비로 차별화된 레이저 기술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31일 필에너지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글로벌 장비 업체로부터 전극 공정 장비 수주를 받았다. 비밀유지계약(NDA)에 의거해 고객사 이름과 수주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필에너지와 모회사인 필옵틱스가 영위하는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톱티어 지위를 보유한 업체라는 게 필에너지 측 설명이다.
계약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극 공정이다. 필에너지는 △노칭(notching) 공정(전극 공정을 마친 극판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잘라내는 공정) △스태킹(stackimg) 공정(양극·음극·분리막 등을 겹겹이 쌓는 적층 공정) 등 조립 공정에 집중해 왔다. 이번 수주 건으로 조립 공정의 전 단계인 전극 공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필에너지의 우수한 레이저 기술력이 수주 성과로 직결됐다는 평가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반도체 등에서 장기간 축적한 공급 이력과 훌륭한 평판 등이 글로벌 우량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필에너지는 올해 상반기 2공장 증설을 마쳤다. 연 매출 2500억 원 상당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2공장에는 드라이룸이 갖춰져 있다. 드라이룸은 공기 중 수분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어하는 시설로 차세대 배터리 공정에 있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협업 파트너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번 수주로 필에너지는 장비·고객사 다변화라는 목표에 또 한 걸음 내딛게 됐다. 회사가 새로 내놓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와인더는 이미 복수의 해외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산업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만큼 거래처의 추가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전시회에서 선보인 슬리팅(slitting) 장비 또한 장비·고객사 다변화에 힘을 보탠다.
필에너지는 올 3분기 실적을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1515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약 77%를 반기 만에 달성했다. 이미 보유한 수주와 출하 등을 감안하면 올 3분기에 지난해 전체 매출을 웃도는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