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이라더니…'위고비'로 급히 살 빼려다 결국 사망, 사인은?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 논문
위고비 사용 후 '췌장염' 진단 사례 발생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 제공=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기적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오남용 우려가 국내서도 커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위고비 용량을 늘렸다가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후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사례까지 보고되며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따르면 미국의 70대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된다.


체블리 다거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파밍턴 캠퍼스 내과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형 당뇨병, 관상동맥 질환, 비만(BMI 31.7)을 앓고 있는 해당 74세 남성은 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중증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 남성은 4년간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했으며, 입원 4주 전에 약물의 용량을 기존 0.25㎎에서 0.5㎎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증 췌장염 진단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나, 분산성 쇼크, 신부전,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 심정지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연구팀은 "이 환자는 약물을 0.5㎎으로 늘린 뒤 심한 구토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겪고 다시 용량을 0.25㎎ 줄였으나, 높은 용량의 세마글루타이드를 견디지 못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거나 보충제, 약초를 사용한 적이 없는 만큼 약물에 의한 췌장염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례 보고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노출 직후에 급성 췌장염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는데,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몇 년 후 또는 용량을 늘린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사례는 처음 보고된 것"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으로 후기 췌장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한 36세 여성은 갑작스러운 상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 또한 5주 전부터 체중 감량을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했는데, 의사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지인 중 한 명으로부터 이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중단하고 리파아제 수치가 정상화되면서 증상이 크게 호전됐으나, 논문에서는 이 여성도 세마글루타이드가 급성 췌장염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위고비는 GLP-1 계열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전 단계, 제2형 당뇨병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임상실험에서 68주 동안 고용량의 위고비를 투여한 참가자들은 평균 15%의 체중 감량률을 보였다. 이 같은 효과에 ‘기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오심, 구토, 변비, 설사, 복부 팽만감이나 흡인성 폐렴, 췌장염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비만 전문가도 위고비는 “부작용보다 치료 효과가 훨씬 클 때만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경곤 아시아 오세아니아 비만학회 회장이자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위고비는 음식을 먹으면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변형해 약물로 만든 것"이라며 "뇌의 식욕 억제 중추에 작용해 음식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식욕이 떨어지면 물도 잘 안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탈수가 심하게 올 수 있다”며 “콩팥에 손상을 줘 급성 콩팥병을 유발하고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담석이 잘 생겨 담낭염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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