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명예회장님은 돈 걱정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수소)차를 다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 공개 행사에서 수소차를 향한 정 명예회장의 신념부터 소개했다. 장 사장은 “현대차는 수소의 가치에 대한 올곧은 신념이 있었기에 27년간 (수소산업에) 흔들림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이날 콘셉트카 이니시움 공개 행사의 이름으로 내세운 ‘클리얼리 커미티드(Clearly Committed):올곧은 신념’도 정 명예회장의 철학을 담았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을 지시하며 “100대가 다 다른 차여도 좋다”며 연구원들의 사기를 북돋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소차 개발을 위해서 본인도 팔을 걷어붙이고 일했다. 2005년 청와대를 찾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수소차를 시승했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광주를 찾아 양산된 수소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정 명예회장에 힘입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ix Fuel Cell’를 시장에 출시했다. 5년 후에 나온 ‘넥쏘’는 2018년 CES 에디터 초이스, 2018년 CES 아시아 기술혁신상, 2019년 미국 10대 엔진상을 잇따라 받으며 세계 1위의 수소차 지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콘셉트카 이니시움은 넥쏘를 이을 차세대 수소전기차다.
이니시움은 수소전기차를 향한 정 명예회장의 의지를 이은 정의선 회장의 열정이 녹아든 콘셉트카다. 2018년 그룹 전면에 나선 정 회장은 취임 1주년께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를 열고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 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콘셉트카의 이름을 ‘시작·처음’을 뜻하는 라틴어로 정한 것에도 수소사회를 여는 선봉장이 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현대차는 27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이니시움에 녹여냈다. 수소 탱크 저장 용량을 늘리고 구름 저항이 적은 타이어 등을 탑재해 65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외형 역시 신규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인 ‘아트 오브 스틸(철강의 예술)’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11월 개최되는 중국 광저우모터쇼와 미국 LA오토쇼 등에서 차례로 이니시움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협력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로 정 회장은 27일 완성차 업체의 최대 경쟁자이자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장 사장은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일 뿐 아니라 접근성이 높고 따라서 공평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요타와의 협력에 대해 “수소 모빌리티뿐 아니라 운송 등 모든 면에서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