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사 물자를 제공하거나 금융 지원을 한 의혹이 있는 중국·인도 등 400여개 기업 및 개인을 제재하는 등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군사 물자 확보 능력을 제한하고 국제 금융 시스템 악용을 막기 위해 해당 기업과 개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가 120여 곳을, 내무부가 270여 곳을, 상무부가 40여 곳을 각각 추가했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 스위스 등의 단체와 개인들이 포함됐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은 자산이 차단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차관은 “러시아의 전쟁 무기 능력을 약화시키고, 제재를 우회하거나 회피해 러시아를 지원하려는 이들을 막으려는 우리의 결의는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추가된 제재 대상들은 대부분 대러 군사 장비·부품 수출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튀르키예 기업인 미렉스는 러시아 방위 기업을 위한 장비를 현지에서 조립 및 제조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 에이엠로지스틱스는 폭발물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인 니트로셀룰로스를 해외에서 확보한 것이 확인돼 제재 대상이 됐다. 러시아 방위 산업에 사용될 부품들을 운송한 에이스일렉트로닉 등 중국 기업 20여곳도 제재를 받는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에서 러시아로 수출되는 이중 용도 물품의 규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은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 마이크로 전자부품 등을 계속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술을 러시아에 유출한 의혹을 받는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됐다. 중국 에이스일렉트로닉은 미국산 무선 주파수 트랜시버를 러시아에 수출한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밖에 인도 제약회사 슈레야라이프사이언스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위해 설계된 고급 서버를 비롯한 수백 건의 미국 기술 선적을 러시아에 보낸 혐의를 받았다. 인도는 최근 러시아의 주요 제재 우회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이 대러 제재망을 조이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 대한 상품 유통을 통제한 후 인도가 러시아의 새로운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3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는 최근 북한군을 전선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31일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자국에 파병된 북한군 수용 작전명을 ‘프로젝트 보스토크(동방 계획)’이라고 명명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부대를 운용할 책임자로는 2020년부터 러시아군 제76공정사단 사령관을 지냈으며 시리아 근무 경험이 있는 소장이 임명된 것으로 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