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규모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자 직원들의 급여를 10% 줄이겠다는 자구책까지 내놓았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센 데다 시장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올 3분기 순이익은 15억 8000만 유로(약 2조 36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급감했다. 감소 폭은 2021년 1분기 이후 3년 반 만에 최대다. 영업이익도 42%나 줄어든 28억 6000만 유로(약 4조 2800억 원)를 기록했다.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EV) 공세가 심화해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유럽 시장 역시 에너지 비용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잠식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아르노 안리츠 재무최고책임자(CFO)는 핵심 브랜드 폭스바겐의 최근 9개월간 영업이익률이 2%에 그쳤다면서 “상당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상조치’의 일환으로 일부 공장 폐쇄와 직원 임금 10% 삭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의 협상을 이끄는 아르네 마이스빈켈 폭스바겐 인사책임자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절감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양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금 삭감 후에도 급여 수준은 여전히 매우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폭스바겐이 공장 폐쇄를 피할 수 있는 비용 절감 방안으로 급여 삭감과 보너스 체계 개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상경영을 선언한 폭스바겐은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겠다고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7% 임금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공장 폐쇄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 12월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노사의 다음 협상은 11월 21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