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하면서 67만원에 '유증 실사'한 고려아연 [시그널]

◆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
주가 이틀간 주당 54만원 빠져
예상 못한 유증에 자본시장 혼란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심화 우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010130)의 유상증자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최윤범 회장 측이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발행가 67만원의 유증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고려아연이 내놓은 공시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에서 “염치 없는 행동”, “시장 교란 행위” 등 원색적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슈도 결론 내지 못한 상황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단면만 확인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높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도 7.68%(8만 3000원) 급락한 99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하한가에 이어 이틀간 주당 54만 5000원이 빠진 셈이다. 당국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결국 무위로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날도 하한가로 마무리됐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고려아연이 유증 사실을 알고서도 공개매수 신고서에 계획이 없다고 하면 허위”라며 “적발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조치와 함께 적극적인 수사기관 이첩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전날 공시를 통해 지난 14일부터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유증 준비를 위한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시간 완료일(지난 23일) 전부터 유증을 준비했음을 고려아연이 사실상 시인했음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국은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에 착수한 것을 시작으로 시장 의혹 검증 작업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추진에도 한국 증시에 악재만 쌓여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상치 못한 고려아연의 유증이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