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50마리 뿐"…향기 때문에 슬픈 ‘사향노루’ 11월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사슴 원형 보이는 ‘살아있는 화석’…50여 마리 서식
향수·약재 채취 목적 무분별 남획 탓에 개체수 급감

사향노루. 사진 제공=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환경부는 국내에 50마리 남짓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 I급 사향노루를 ‘이달의 멸종위기종’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216호에도 해당되는 사향노루는 수백만 년 전부터 외형이 변하지 않아 사슴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기에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목 좌우에서 앞다리 안 쪽까지 이어지는 흰 줄이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이며, 수컷은 약 5㎝ 정도의 송곳니가 입 밖으로 나와있다. 수컷과 암컷 모두 사슴과 달리 뿔이 없다.


사향노루들은 홀로 생활하거나 어미나 새끼로 이뤄진 2~3마리 정도의 작은 집단으로 산다. 청각이 발달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위험에 처하면 ‘습습’하고 소리를 낸다. 해발고도 1000m 이상 높은 산 바위지대와 활엽수림이나 침엽과 활엽이 있는 혼효림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생태 정보보다 사향노루의 특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따로 있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내뿜는 분비물의 향, ‘사향’이다. 향수 등 제품에 활용되는 ‘머스크향’이 바로 사향이다. 영미권 국가에서 사향노루를 ‘머스크 디어’(musk deer)라고 부르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사향노루. 사진 제공=환경부

사향은 향수뿐만 아니라 한약재의 원료로도 쓰이는데, 이같은 재료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남획 탓에 개체수가 급감했다. 사향노루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머스크향은 인공합성향료로 대체되고 있지만, 원조 사향을 원하는 사람들이 암암리에 밀거래를 진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식지 훼손까지 더해져 사향노루는 현재 자연 생존이 위태로운 수준에 몰린 상태다. 통상 중대형 포유류 1개 종이 자연상태에서 생존하려면 50개체 이상이 안정적으로 서식해야 한다.


이에 환경부는 1998년 사향노루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전 세계적 멸종위기에 대한 지표를 나타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는 취약(VU·Vulnerable)으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을 허가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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