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일자리의 약 10%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으며, 16%는 AI 덕에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 현장에서도 AI가 직무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1일 노동연구원이 개최한 'AI 시대의 노동' 세미나에서 AI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장 연구위원은 사람이 수행하던 직무를 AI가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AI 노출도'를 측정했다. 직업별로 AI로 인해 '자동화'될 가능성과 AI로 생산성이 높아져 '증강'될 가능성을 나눴다.
그 결과 텔레마케터, 통·번역가, 단말기 판매원, 비서, 아나운서 등은 전반적으로 AI 노출도가 높아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직종으로 꼽혔다. 반면 변호사, 웹 개발자, 영업 판매 관리자, 산업용로봇 조작원, 약사 등은 AI 노출도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또 이 직업들의 과업 내에서 AI 노출도 편차가 크다는 점으로 볼 때 AI로 인한 ‘증강 잠재력’이 큰 직종으로 분석됐다.
이를 지역고용조사 결과와 연계 분석한 결과 전체 국내 취업자 중 AI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일에 종사하는 취업자는 9.8%, AI로 생산성을 높이는 증강 잠재력이 있는 일자리의 취업자는 15.9%였다. 우리나라의 AI 증강과 자동화 잠재력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라고 전해졌다.
또 다른 발제자인 노세리 연구위원도 AI가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직무를 보완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원이 지난 7∼8월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보건업 4개 업종의 1인 이상 사업체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1382개 사업체 중 약 10%인 145곳이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AI는 한 가지 직무 전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구성하는 과업 중 10% 이하만을 대체하며, 이 같은 과업 대체가 인력 변화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노 연구위원은 전했다. AI를 활용한 근로자들과 사업체들은 업무 생산성 향상, 업무 수행 편리성 향상, 업무 성과 향상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단, 그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노동강도가 낮아졌다고는 평가하지 않았다. 노 연구위원은 "AI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기업 주도의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 강연을 한 안젤리카 살비 델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자문관도 AI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확인되지 않고 업무 성과와 일자리 질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조정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