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자(VASP) 신고를 의무화한 지 3년째. 3년간 쌓인 경험치를 바탕으로 당국의 사업자 심사는 더욱 정교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VASP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단 3곳에 불과하다. 그 중 하나가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업체 비댁스다. 비댁스는 서울이 아닌 부산에 본사를 둔 최초의 VASP 사업자이기도 하다.
29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디센터와 만난 류홍열(사진) 비댁스 대표는 “VASP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예를 들어 기존엔 10가지 분야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맞춰야 했다면 지금은 2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VASP를 받았던 기업들의 전례를 바탕으로 준비해왔는데 심사 항목이 더욱 세세해져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견고한 VASP의 벽을 뚫은 비결은 규제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이었다. 류 대표는 “규제기관이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의 요구와의 격차를 얼마나 빨리 채워나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VASP 신고수리증을 받으며 고비를 넘은 비댁스는 이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우선 부산시가 주도하는 실물연계자산(RWA) 거래소 ‘비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비댁스는 비단에서 거래되는 RWA의 기초자산에 대한 커스터디를 담당할 전망이다. 그는 “비단 거래소의 주된 커스터디를 담당하기로 했다”며 “부산 기업이다 보니 사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단은 앞서 글로벌 커스터디 업체 비트고와도 유사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는 “거래소의 요구에 맞게 복수의 커스터디 연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중 비댁스가 메인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스터디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빠른 사업 분야다. 그만큼 국내외엔 이미 비트고를 비롯해 코다, 케이닥 등 사업자가 다수 포진해있다.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는 비댁스만의 강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류 대표는 기술력과 확장성을 꼽았다. 그는 “기관투자자가 신뢰할 만한 보안성과 효율성을 갖춘 MPC(Multi-Party Computation) 월렛과 콜드월렛을 갖췄다”며 “해외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으로 해외 확장 능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비댁스는 최근 RWA·토큰증권(ST) 발행 전용 글로벌 메인넷 폴리매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업체가 협력해 발행과 커스터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류 대표는 "비트고와 같은 해외 업체는 VASP를 받는 시간이 소요되고 국내 선행 기업들과 비교해선 동등한 선상에 있다. 선행 기업들이 앞으로 튀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커스터디 업체 간의 협업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가 특정 커스터디 업체만 사용하면 위험 분산이 되지 않는다. 다대다의 협력 포인트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커스터디 업계도 닥사(DAXA)와 같은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커스터디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우선 규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국내에선 그림자 규제의 형태로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막혀있고 토큰증권발행(STO) 역시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커스터디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모두 부재한 상황인 셈이다. 류 대표는 “글로벌적인 큰 흐름이 있는 만큼 이 흐름 자체를 역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내년엔 규제 환경의 전환이 확실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토큰증권의 경우 증권 업계에서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시간 문제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는 “2~3년 후에 커스터디 시장의 승패가 가려질 것”이라며 “규제의 빗장이 풀렸을 때 선두에 설 수 있도록 잘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