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이 공개된 다음 날인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녹취록을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여당은 해당 파일이 공천 개입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관계에 대한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해명을 비판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특히 야당이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하며 몰아붙이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죽여서 당 대표 살리려는 야권의 캠페인”이라고 맞받아치며 극한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다.
이날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을 대상으로 한 운영위 국감에서 야당은 초반부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집중 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녹음 파일을 거론하며 기존 대통령실의 해명과 배치된다는 점을 집중 추궁했다. 이소영 의원은 정 실장에게 “9일 대통령실이 ‘경선 이후 대통령이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는데 무엇이 진실이냐”며 “녹취록 안의 대통령 말씀이 사실이라면 지금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공천·선거에 개입한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선택적으로 (녹음을) 발췌해서 공천 개입이라고 규정 짓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명 씨가) 경선 룰에 이런저런 간섭을 해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나한테도, 집사람한테도 전화하지 말라’고 매몰차게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연락을 안 하다가 취임식 전날 전화가 왔고 덕담을 건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은 정 실장의 해명에도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쏟아졌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정 실장이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대통령께 직접 소명하라고 건의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국정 혼란을 막고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자진해서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건의하는 것이 어떠냐”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지시가 없었다는 대통령실 반박에 힘을 실으며 비난의 화살을 야당에 돌렸다. 정성국 의원은 “선거를 하면 저를 도와줬다는 사람이 많다”며 “실제 그분들이 저를 도와줬는지 알지 못해도 일단 ‘고맙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윤 대통령을 비호했다. 임이자 의원은 “대통령 녹음 파일을 갖고 한 건 잡았다고 민주당이 난리 블루스를 추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플랜을 가동하면서 권력 찬탈을 꿈꾸고 있다는 게 보여 기가 차다”고 비판했다.
여야 공방 끝에 운영위는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김건희 여사와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 등 7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야당 주도로 발부했다. 전용기·모경종 민주당 의원 등이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지만 실제 명령장이 집행되지는 않았다.
야당은 전날 녹취록을 시작으로 추가 폭로 가능성도 시사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보가 들어온 녹취의) 3분의 1도 아직 못 들어봤다”며 “어느 정도의 내용이 들어있는지 다 확인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공개 제보 녹취 파일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