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올 7월부터 시행됐지만 시세조종을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가 추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차명 거래를 이용한 시세조종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4명은 ‘코인실명제법’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실명으로 거래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 의원은 “현행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금융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지는 않다”며 “최근 가상자산이 새로운 금융시장으로 부상하면서 특정 가상자산의 투자자가 차명 거래를 통해 시세를 조종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이 ‘누구든지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와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코인실명제’와 관련해서 2020년과 2022년에 특정금융정보법 개정과 트래블룰 시행 등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식별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바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차명 거래와 관련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상장된 지 15분여 만에 1400%가량 폭등한 ‘어베일(AVAIL)’이 기폭제가 됐다.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내놓은 가상자산 어베일은 7월 23일 개당 236원에 상장해 15분 만에 3500원까지 폭등했지만 하루 만에 284원으로 떨어졌다. 1일 현재 어베일 코인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5원을 기록하고 있다. 어베일 코인 사건의 경우 ‘검머외 캐피탈’라는 이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차명 거래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민 의원은 “외국인 119명이 동원돼 차명 거래를 했고 36억 원을 가져갔다”며 “외국인투자가들로부터 (가상자산을) 받아 한국에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고 폭락한 코인을 다시 사 되돌려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인실명제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힘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투자 사기 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홍푸른 디센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현재도 국내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는 이미 가상자산거래소 회원 가입과 거래 과정에서 특금법에 따라 입출금 내역 조사, 의심 거래 보고 절차 등 사실상 실명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또한 해외 거래소, 개인 지갑 간 코인 전송,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한 거래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