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뇌부가 기술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초격차 기술력으로 삼성전자 ‘위기론’을 이겨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 모두가 사활을 걸고 본질인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의 공동명의 창립 기념사를 통해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앞서 ‘원(one) 삼성’을 이을 새 키워드로 ‘강한 성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조직 문화 쇄신 의지도 드러냈다. 한 부회장은 “부서 간, 리더와 구성원 간 이기주의와 사일로를 제거하고 비효율적이고 관습적인 업무 방식과 시스템은 과감하게 바꿔 개선해나가자”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되 의사 결정된 사항은 보다 민첩하게 실행해나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곡물이나 사료 등을 보관하는 거대한 저장고를 뜻하는 사일로는 통상 조직 내부에서 서로 담을 쌓고 소통하지 않는 문화를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일본 소니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사일로 문화가 지목되기도 했다.
경영진부터 반성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과거 성과에 안주해 승부 근성과 절실함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미래보다는 현실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경영진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현재 4인으로 구성된 대표이사진을 비롯해 사장단 일부가 교체되는 쇄신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미래 10년을 주도할 패러다임은 AI”이라며 “AI는 버블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상화되는 ‘AI 대중화’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단순히 특정 제품·사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기념식에는 한 부회장과 전 부회장을 비롯해 경영진과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재용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도 이날 창립 12주년을 맞아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앞으로 중요한 과제를 하나씩 돌파하며 중요한 시기를 잘 넘기면 다음 10년 이상을 책임질 구조적 성장기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전 관계사는 앞으로 2주간 임직원이 기부와 봉사에 참여하는 ‘나눔위크 캠페인’을 진행한다. 내년에 금전이나 재능을 기부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을 미리 정하는 기부 약정을 통해 5년 연속 월 30만 원 이상 기부한 임직원은 올해부터 ‘아너스클럽’에 등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