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용사님들이라면 '캅15', 'COP21'이란 말을 스치듯이라도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여기서 COP(Conference of the Parties)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의미합니다. 전 세계가 모여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 논의하고 약속하고 서로 독촉하는 국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11일에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릴 예정이라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열린 모든 COP이 중요했지만,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악화되는 시점에 앞으로의 COP은 더더더 중요한 자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COP이 계속 COP이 언급되고 특히 11월에는 COP29 소식이 쏟아질 전망이라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요점정리를 해봤습니다. 기후솔루션과 기후미디어허브에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2015년에 열렸던 COP21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로 COP 참여국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해왔습니다. 국가별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지, 어떻게 줄일지 5년마다 목표를 정하고 서로 점검한다는 취지입니다. 의무는 아니지만, 다들 참여하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매우 엄격한 조별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감축(2018년 대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목표는 2030년까지 42%, 2035년까지 57% 감축입니다.
그렇지만 목표대로 제대로 줄이고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배출량은 2023년에 사상 최고치(57기가톤)를 기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는 커녕 2.8도를 넘어서 인류 모두가 혹독한 기후와 자연재해, 식량 위기를 겪을 전망입니다. 그래서 각국은 지금 더 강화된 2035년 NDC를 고민하는 중입니다.
2015년 파리협약 때 합의된 아주 중요한 안건 중 하나가 기후재원목표(NCQG)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선진국들 중심으로 돈을 모아서 기후위기를 막고 피해를 복구하는 '기후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이라서입니다.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산림과 습지를 보존하는 일은 기후위기라는 조별 과제에서 모두가 해야만 하는 일인데 돈이 없는 저개발국가들을 내버려둘 순 없습니다. 선진국들이 재원을 마련해서 다 같이 바뀌자는 겁니다. 애초에 기후위기의 최대 기여자들은 선진국들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파리 협약 이후 지금까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점입니다. 자발적으로 할지 의무적으로 할지, 갹출액은 어떻게 산정해서 낼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마련할지(공공자금으로 할지 민간자금으로 할지),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인도·산유국도 참여할지, 모은 돈은 어느 국가가 어떻게 받아서 쓸지 등등 모두 미정입니다.
대략의 총 재원액은 선진국들은 수천억 달러를, 반면 저개발국가들은 조 달러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유엔에선 매년 2.4조 달러(약 3324조원)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후대응 활동가인 하지트 싱(사진) 님의 강연을 최근 들었는데, "수조 달러의 기후재원이 이자 없는 지원금 형태(=공공재원)로 지원돼야만 개발도상국들이 에너지 전환, 기후위기 피해 복구, 기후변화 적응 등에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NCQG에 돈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대체로 선진국에 가까워졌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이기도 하다보니 도의상 안 내기 애매한 분위기도 있다고 합니다.
COP에서는 이밖에도 기후위기에 관한 다양한 안건과 계획이 논의됩니다. 회당 3만~5만명씩 모인다고 하는데,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이 모여 거대한 사안을 이야기한다는 게 애초에 가능한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은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