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제시하는 향후 실적 전망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10월 31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6% 하락한 1만 8095.15로 거래를 끝냈다. 3.26%의 낙폭을 기록한 9월 3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급락의 진원지는 빅테크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6.05% 하락해 2022년 10월 26일(-7.7%) 이후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도 4.07%나 빠졌다. 빅테크들의 3분기 실적은 대체로 전문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기업들이 내놓은 향후 예상 실적이 시장 기대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기술 기업들이 AI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에 나서자 시장에서 점점 더 높은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 양상이다.
MS의 경우 올 3분기 매출은 655억 9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645억 1000만 달러)을 뛰어넘었다. 특히 AI 산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클라우드 부문인 애저의 매출이 33%나 늘어났다. 하지만 올 4분기 매출을 전년 대비 10.6% 증가한 681억~691억 달러로 예상하자 시장 전망치(698억 3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주가에 부담을 줬다. 클라우드 부문도 31~32%의 성장률을 점쳤지만 전문가 예상(32.35%)보다 낮다는 이유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메타가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당분간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CNBC 방송은 “빅테크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아이러니하게도 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며 “빅테크 기업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