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숏폼·도파민 중독 시대에 꼭 필요한 '쉼' 무위

■관조하는 삶(한병철 지음, 김영사 펴냄)


독일 현대 철학자이자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의 ‘비타 악티바’(행위하는 삶)에 대한 반론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도파민 홍수’ ‘도파민 중독 시대’에 가장 강렬한 삶의 형태는 ‘무위’라고 답한다. 노동과 강제에 맞서는 ‘무위’ 능력에 대해 고찰했다.


저자는 성취 욕망과 인스턴트식 도취에 취해버린 우리들에게 무엇을 더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의도와 목적’을 띤 활동을 멈추고 무위하는 순간 마법처럼 드러나는 세계와 나의 참 모습 바라보는 행위를 관조하는 삶이라고 했다. 저자는 무위와 관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더 바쁘게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할 수록 더욱 깊은 외로움과 고립의 늪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고립의 늪으로 빠질 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서 비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삶은 더욱 필요하다.


‘무위의 풍경들’ ‘장자에게 붙이는 사족’ ‘행위에서 존재로’ 등 총 6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플라톤, 노발리스, 한나 아렌트, 니체, 발터 벤야민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초기 낭만주의자, 현대 철학자까지 주요 사상가들의 글과 주요 개념들을 폭넓게 인용했다. ‘무위’의 숨겨진 역할과 가치, 창조적 힘에 주목했다. 한병철 특유의 미학적이며 날카로운 통찰을 만날 수 있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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