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네 자녀를 키우는 루처 로라(41)·로랜드(45) 부부는 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정부의 육아 지원금이 대가족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10여 년 전 두 아이가 태어났을 당시에는 여윳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8년생, 2020년생인 셋째와 막내를 낳은 뒤로는 지원금을 거의 최대치에 가깝게 받는데도 가계 형편이 빠듯해졌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헝가리의 물가가 2년여 만에 34%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해진 탓이다.
이들에게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 것이 다자녀 가정에 대한 각종 재정 혜택이었다. 로라 씨는 ‘네 자녀 엄마’가 되며 평생 낼 소득세를 전액 감면받았다. 로랜드 씨도 가족 세액공제를 함께 받아 자녀 한 명당 월 3만 3000포린트씩 공제를 받는다. 이들이 매달 감면받는 소득세는 총 20만 2000포린트(75만 1000원)로 연간 약 901만 원을 아끼는 셈이다.
현재 사는 2층 단독주택을 살 때 이용한 ‘가족주택지원금(CSOK)’ 제도도 결정적인 지원책이었다. 이들 부부는 주택 보조금 275만 포린트(1023만 원)와 최대 연 3%인 초저금리 대출 1000만 포린트(3720만 원)를 받아 집값의 10% 이상을 충당했다. 또 다인승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2500만 포린트(95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고 매 출산마다 월급의 70~100%를 보전해주는 유아돌봄수당(CSED), 육아휴직급여(GYED)도 2년씩 수령했다.
로라 씨는 그 외 수도·전기·대중교통 요금 지원 및 막내양육수당(GYET) 등 각종 혜택을 빼곡히 적은 종이를 보여주며 “이게 없었다면 네 아이를 키우기가 정말 고생스러웠을 것”이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 간 믿음, 다음은 재정적 지원”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예산을 저출산 대응에 투입하는 등 ‘지구에서 가장 관대한’ 가족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3명에서 2021년 1.59명까지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헝가리의 이 같은 ‘지원금 폭격’의 핵심인 가족보호행동계획(FPAP)이 이미 합계출산율이 1.5명에 근접한 2019년부터 시행됐다는 점에서 현금 지원책의 실질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게다가 헝가리의 경우 청년들의 출산·육아 의지가 강한 편이라 경제적 어려움으로 ‘못’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문화적 차이도 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헝가리의 사례는 금액 자체보다도 꾸준한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안심하고 키워도 된다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헝가리 정부 산하 인구가족통계연구소(KINCS)의 뚠데 푸레스 연구소장도 “헝가리인의 가치관은 매우 가정주의적이며 대부분 두 명 이상의 자녀를 희망한다”면서 “한국에서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현지 청년층의 수요가 재정 지원에 있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네더 어틸러 헝가리 가족부 부차관 역시 “젊은 부부에게 가장 큰 출산 걸림돌인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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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장형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