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말까지 구형 D램 생산 비중을 20%로 낮춘다. 중국 메모리 업계의 공급 확대 속에 범용 메모리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제한된 생산 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선단 D램 등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1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올해 2분기 40%에서 3분기 30%로 연이어 낮춘 데 이어 4분기에는 20%까지 줄일 계획이다. DDR4는 현재 최고 사양인 DDR5보다 한 단계 낮은 세대 제품으로 2012년 상용화됐다. 저사양 스마트폰, PC 등에 주로 활용된다.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범용 D램의 노출도를 눈에 띄게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구형 메모리 비중을 점진 축소하는 데는 중국 업계의 파상공세가 작용했다. DDR5 등 선단 메모리에서는 국내와 중국 업계의 기술 격차가 있지만 구형 제품인 DDR4에서는 중국 업계가 가파르게 공급량을 늘리며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중국의 D램 시장 점유율 전망치는 11.8%로 1분기 점유율(10.1%) 대비 1.7% 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범용 D램(DDR4 8기가비트) 가격은 올해 9월에 17.1% 떨어졌다.
회사는 대신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업용SSD 등 고부가 AI 메모리에 생산 라인을 더 할당할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2년 간 일반 D램 생산 증가가 제한적이었지만 올해는 가동률 회복과 투자 확대로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당사는 최근 메모리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가진 제품 중심으로 생산 확대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수요가 둔화되는 DDR4와 저전력(LP)DDR4의 생산을 계획보다 빨리 축소하고 HBM과 DDR5 등에 대한 생산을 확대하는데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