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발언을 놓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선 핵심 이슈인 젠더(성별)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트럼프가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나는 여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하자 해리스는 “여성의 주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대변인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쓰레기’ 발언을 속기부와 상의 없이 고쳤다는 보도가 나와 대선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월 3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여성의 주체성,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offensive)”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는 트럼프가 여성과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그는 현재 미국 여성의 3분의 1이 ‘트럼프 낙태 금지’가 시행되는 주에 살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트럼프는 해리스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억만장자 기업인 마크 큐번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큐번은 NBC방송에 “트럼프가 강하고 지적인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그런 여성들에게) 도전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측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약하고 멍청하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트럼프는 히스패닉계를 다독이고 나섰다. 국경 인접주인 뉴멕시코에서 “나는 히스패닉을 사랑한다”며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찬조 연설에 나선 토니 힌치클리프의 “푸에르토리코는 떠다니는 쓰레기 섬” 발언 이후 히스패닉이 돌아설 조짐을 보이자 내놓은 말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도 재차 거론했다. 트럼프는 “해리스 재임 중 수많은 불법 외국 갱단 구성원 등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 뉴멕시코로 들어왔다”며 민심을 자극했다.
한편 AP통신은 백악관 내부 e메일과 2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 대변인실이 바이든의 발언이 담긴 공식 속기록을 수정했고 이러한 행동이 속기부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속기부가 작성한 문서에는 바이든이 “쓰레기는 그의 지지자들(his supporters)”이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대변인실이 외부에 공개한 속기록에는 '지지자의 발언(his supporter's)'이라고 소유격을 뜻하는 아포스트로피s('s)로 변경됐다. 이를 기반으로 백악관은 “바이든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쓰레기로 칭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발언을 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진화했다.
속기부 책임자가 작성한 내부 e메일에 따르면 이 같은 변경은 대변인실이 바이든과 협의한 후 이뤄졌다. 책임자는 e메일에서 “대변인실이 업무를 처리한 방식은 속기부와 대변인실의 프로토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경우 대변인실이 속기록 공개를 보류할 수 있지만 독립적으로 편집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누구에게 더 유리할지 관심이 모인다. NYT 31일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6064만2582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30%에 달했다. 선거일까지 사전 투표율이 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해리스가 트럼프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ABC·입소스,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CNN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미 투표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 중 해리스의 지지율이 트럼프를 19~29%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