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수출이 0.4% 역성장하면서 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다. 그랬던 수출의 10월 성적표는 575억 2000만 달러(약 79조 3300억 원)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주일여 만에 극과 극의 성적이 나온 것이다.
일차적인 이유는 집계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GDP에서의 수출은 전 분기 대비로 따지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서 본다. 3분기 GDP에서의 수출도 전년 동기로 비교하면 플러스 성장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아직 견고한 측면도 있다. 올해 월별 반도체 수출액을 보면 1월(94억 달러)과 2월(99억 달러)을 제외 시 3월부터 110억~130억 달러 안팎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우려는 있지만 메모리반도체 쪽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수출을 낙관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 뒤에는 지난해 9월까지 전년 대비 12개월 연속 이어졌던 마이너스 성장이 있다. 뒤집어 보면 전년과 비교하는 월별 수출의 기저 효과를 앞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이번 수출 발표부터 기저 효과가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며 “수출 증가율 측면에서는 과거처럼 두 자릿수 증가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정부도 올해 내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661억 달러 수준이다. 특히 미 대통령 선거 이후 글로벌 정세가 관건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미 대선 이후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상존해 이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