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기준 차이가 가른 성적…10월 수출 4.6%↑ 575억弗

3분기 수출 0.4% 역성장했지만
10월 성적은 역대 최고 '극과극'
분기·전년 대비 기준 차이 때문
월별 증가율은 7월부터 둔화세

10월 수출이 575억2000만 달러로 역대 동월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뉴스1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호조에 지난달 수출이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575억 2000만 달러(약 79조 3300억 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8월부터 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최대 실적이며 13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40.3% 늘어난 125억 4000만 달러로 2018년 10월(116억 달러) 이후 6년 만에 역대 10월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버 신규 투자에 따라 고부가·고성능 메모리인 HBM과 DDR5 수출이 증가한 결과다. 자동차도 5.5% 늘어난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9월에 이어 또다시 월별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철강은 8.8% 불어난 28억 7000만 달러로 2월부터 8개월간 지속된 수출 감소 흐름에서 벗어났다.


국가별로는 대중 수출이 10.9% 급증한 122억 달러를 찍었다. 2022년 9월(133억 달러)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미 수출은 10월 기준 최대인 1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543억 5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31억 7000만 달러 흑자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주일 전의 상황과 정반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수출은 0.4% 역성장하면서 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다.소비·투자 등 내수(0.9%)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가 기술적 경기 침체(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을 정도로 수출 부진은 뼈 아팠다. 그랬던 수출이 10월엔 575억 2000만 달러로 역대 10월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일차적인 이유는 집계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GDP에서의 수출은 전 분기 대비로 따지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서 본다. 3분기 GDP에서의 수출도 전년 동기로 비교하면 플러스 성장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아직 견고한 측면도 있다. 올해 월별 반도체 수출액을 보면 1월(94억 달러)과 2월(99억 달러)을 제외 시 3월부터 110억~130억 달러 안팎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우려는 있지만 메모리반도체 쪽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아직은 견고하지만 올해 말 전후로 증가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수출을 낙관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 뒤에는 지난해 9월까지 전년 대비 12개월 연속 이어졌던 마이너스 성장이 있다. 뒤집어 보면 전년과 비교하는 월별 수출의 기저 효과를 앞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이번 수출 발표부터 기저 효과가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며 “수출 증가율 측면에서는 과거처럼 두 자릿수 증가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월 수출 증가율은 7월 13.5%를 보인 후 8월(11.0%)과 9월(7.5%), 10월(4.6%) 등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별 수치는 좋지만 4분기에는 미국 대선 등 경제·통상 부문 리스크 요인들이 많다”며 “수출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어서 성장을 강하게 이끌던 경제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올해 내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661억 달러 수준이다. 특히 미 대통령 선거 이후 글로벌 정세가 관건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미 대선 이후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상존해 이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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