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손자들에게 증여한 재산도 유류분에 산입될 재산에 포함될까?
실제 이야기다. 자산가인 A씨에게는 아들 2명과 딸 3명이 있었다. A씨는 노년이 되자, 아들과 딸들에게 적절히 재산을 물려주고, 자신의 사후 자식들 사이에 상속 분쟁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다만, 딸들은 출가외인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잘 찾아오지 않는 반면, 아들 甲과 그의 처는 자신을 7년 동안 모시고 살았고, 그 후 아들 乙과 그의 처는 5년 동안 자신을 모시고 살면서, 병원을 다닐 때마다 甲과 乙의 부인들이 번갈아 A를 모시고 동행했으며, 입원기간 동안 병수발도 들었다. 친딸들보다 며느리들이 A에게 더 잘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사망하기 약 10년 전에 甲과 乙에게는 각 2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해 주었으며, 약 5년 전에 甲과 乙의 각 부인들에게도 간호와 부양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각 2억 원씩을, 甲과 乙 각 아들들(A씨의 손자)에게는 용돈을 하라며 각 5000만 원씩을 계좌이체로 보내주었다. 한편, A씨는 자신을 잘 찾아오지 않는 딸들에게는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甲과 乙에게 증여한 40억 원의 부동산을 기준으로 딸들의 유류분 지분인 각 1/10에 해당하는 각 4억 원씩을 현금으로 증여했다. 그러면서 A씨는, 딸들로부터 A씨의 사후 甲과 乙을 상대로 유류분반환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각서를 쓰게 했다. A씨는 그로부터 약 5년 후 돌아가셨다.
그런데 A씨가 돌아가시자, 딸들은 망인과의 약속과 달리, ① 甲과 乙이 증여받은 부동산이 상속개시 당시 기준 시가가 2배 가량 올라 각 40억 원 육박하는 점, ② 甲과 乙의 부인들과 아들들에게 A가 준 현금도 포함되어야 하는 점, ③ 망인의 생전에 유류분반환청구를 포기한 것은 효력이 없는 점을 들어, 위 각 재산을 모두 더하면 자신들이 받은 4억 원은 유류분에 턱없이 모자라므로 그 부족액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위 주장이 맞을까?
우선, ①의 주장에 대해 보도록 하겠다.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시점에 관계없이 아무리 오래 전이더라도 모두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이다. 따라서 유류분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상속인들 각자가 증여받은 특별수익이 얼마인지를 따져 상속개시 당시 남아있던 상속재산에 위 각 특별수익을 더해야 한다. 그런데 공동상속인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은 증여받을 당시 시가가 아니라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로 계산해야 한다. 증여 대상 재산이 ‘부동산’인 경우는 부동산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현금’인 경우는 그 금액에 증여 시점부터 상속개시 당시까지의 GDP(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현금디플레이터)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 즉, 甲과 乙이 증여받은 부동산은 ‘상속개시 당시 시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여 그 금액을 더해야 하고, 딸들이 증여받은 현금은 각 4억 원에 5년 동안의 GDP(물가상승률)를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더해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딸들의 주장이 맞고, 이렇게 산정하면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이 당초 A씨가 증여 당시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많게 된다.
다음으로, ②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민법 제1114조는 유류분에 산입될 증여에 관하여 ‘증여는 상속개시 전의 1년 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며느리나 손자들에게 증여한 재산은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1년 전에 증여한 재산 또는 당사자 쌍방(증여자와 수증자)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만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 포함된다.
그런데 대법원 2007. 8. 28.자 2006스3, 4 결정은, 상속분의 산정에 있어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유증 또는 증여를 받은 경우에만 포함되고, 그 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이 유증 또는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그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의 부족 부분의 반환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다만 증여 또는 유증의 경위, 증여나 유증된 물건의 가치, 성질, 수증자와 관계된 상속인이 실제 받은 이익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에게 직접 증여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에게 이루어진 증여나 유증도 특별수익으로서 이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 법리에 따르면, 유류분 산입될 증여 또는 유증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도, 며느리나 손자들에게 증여한 재산이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상속인인 아들에게 직접 증여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유류분 산입될 재산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실제 사례에서 법원은 ‘실질적으로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과 동일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어떤 지표를 제시하고 있을까?
법원은 대체적으로, 며느리, 손자에게 증여한 경우 ① 아들과 같은 주소에서 동거하면서 경제적 공동체로 생활하고 있는지, ② 며느리와 손자에게 별도로 재산을 증여할 특별한 유인이나 동기가 있었는지(아들이 이미 거액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상황에서 며느리, 손자에게 별도의 증여를 할 이유가 있었는지), ③ 당사자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실질적으로 아들 가족에게 준 금액으로 인식하였는지), ④ 며느리와 손자에게 증여한 금액의 액수가 얼마였는지, ⑤ 아들, 며느리, 손자에게 증여한 금액을 다 합할 때 각 집안에 증여한 금액 합계가 서로 비슷한지 등을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과 동일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위 사례를 보면, 甲과 乙은 부인, 아들과 각자 같은 주소에서 동거를 하면서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고, A가 甲과 乙에게 각 20억 원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이미 증여한 상태에서 아무리 간호나 부양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 하더라도 며느리에게 각 2억 원이라는 거액을 별도로 증여했거나 손자에게 각 5000만 원씩을 용돈으로 증여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甲과 乙의 각 집안에 증여한 금액 합계가 비슷하므로 ‘실질적으로 아들에게 증여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보건대, 자신의 사후 자녀들 사이에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진행되기를 원치 않는 자산가들로서는, 단순히 아들에게 줄 몫을 며느리와 손자들에게 증여하는 것만으로는 분쟁을 막을 수 없다. 아들과는 별개로 며느리와 손자에게 별도로 재산을 증여할 특별한 유인이나 동기가 있어야 하고, 이를 증거로 남겨두어야 하며, 해당 금액이 아들 가족의 전체적인 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나 손자의 독자적인 이익(예컨대, 별도의 전세보증금 등)으로 귀속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