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아들이 교제 중 낳은 아이의 양육비를 부모가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김천지원은 최근 미성년 비양육자와 그 부모를 상대로 제기된 인지 청구 소송에서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는 연대하여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A(16)양과 B군의 교제였다. 두 사람은 교제 과정에서 임신을 하게 됐고 A양은 2022년 출산 후 홀로 아이를 양육해왔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양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공단은 검토 끝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을 근거로 B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비양육친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일 경우 그 부모에게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B군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그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고 성년 이후에는 B군이 직접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가 B군의 친생자임이 분명하므로 인지 청구는 이유 있다”며 “A양이 B군과 결별한 후 홀로 양육해 오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면 A양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성계선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미성년 부모의 부모가 양육비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며 "미성년 미혼부모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양육비 문제 해결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미성년 부모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육비 지급 책임을 미성년 부모의 부모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아이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미성년 부모의 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판결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