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해운사 HMM이 수십조 원대 신규 선박 투자를 예고한 데 이어 일본 국적 선사인 NYK도 친환경 선박에 10조 원 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본 국적 선사 NYK의 다카야 소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해운 전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30년 이후 친환경 선박에 최소 80억 4000만 달러(약 11조 16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NYK는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8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2030년 이후에도 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NYK는 벌크선과 탱커를 주로 운행하는 일본 3대 선사 중 하나다.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인 ONE(Ocean Network Express)의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ONE은 NYK가 일본의 다른 선사 MOL과 K-Line과 합작해 만든 회사다.
업계에서는 NYK의 신규 투자가 벌크선과 LNG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NYK는 벌크선이 호황이던 2000년대 벌크선을 대량으로 발주했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선박을 처분한 상태다. 이에 NYK는 기존 선대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벌크선 발주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NYK의 CEO가 추후 신조선가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소가 CEO는 “비싼 부품과 원가 등을 이유로 현재 신조선가가 높아진 상태지만 선가는 추가로 더 오를 수 있고 시장 관계자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조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고민하고 있지만, 선박 교체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선복량을 늘리기 위해 선대 확충에 나선 해운업계의 영향에 조선업계의 ‘슈퍼사이클’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NYK이 투자 계획을 밝히기 한 달 전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 확보에만 11조 원을 투자해 현재 91만 TEU(85척)인 운용선대를 155만 TEU(130척)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벌크선 역시 36척, 634만 DWT(36척)에서 2030년 110척, 1256만 DWT로 확충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발주하려고 하는 벌크선은 중국 수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중국 조선사들의 도크가 벌크선으로 채워질 경우 다른 선사의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LNG운반선 같은 고부가 선박은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를 따 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하팍로이드의 이탈로 자체 선복량 확보가 필요한 ‘더 얼라이언스’의 멤버인 ONE의 컨테이너선 발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 지수는 이달 25일 기준 189.64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189.96까지 오르면서 2008년 9월 역대 최고치( 191.6)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