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유산취득세 전환, 공평과세·기부활성화 기여"

◆기재부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
실제 물려받는 자산 대비 세부담 커
유산세 방식, 기부문화도 위축
"상속세율 인하 관철돼야" 주장도


정부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현행 상속세제를 개편하기 위해 본격 논의에 나선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개최한 세제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유산세 기반 현행 상속세제가 과세 형평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3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서울 한진빌딩에서 연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에서 “현행 유산세 방식은 세법상 가장 기본이 되는 공평과세와 응능부담(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도 미흡하다”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전체 재산에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각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는 재산보다 더 큰 세 부담을 물어야 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사망자가 20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두 자녀에게 각각 10억 원씩 물려줄 경우 유산세 방식에서는 사망자가 물려준 20억 원을 토대로 과세표준을 매기게 된다. 상속인들이 각각 받은 재산(10억 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하는 유산취득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산세 체제에서 기부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도 상속세 과표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고령의 자산가는 생전에 적극적으로 사회 환원을 하려고 해도 자녀의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부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1위 손톱깎이 회사였던 쓰리세븐을 대표적인 예시로 꼽았다. 창업주는 생전에 370억 원어치의 주식을 회사 임직원 등에 증여했다. 그러나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창업주의 가족들은 임직원 증여분에 대해서도 148억 원의 추가 상속세 부담을 져야 했다. 결국 가족들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회사를 팔아야 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날 토론회에서 유산취득세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산취득세 전환에 동의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올해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유산취득세 전환 과정에서 상속세 과세 범위는 피상속인뿐 아니라 세법상 상속인의 거주자 여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세 대상 상속 재산은 상속증여세법뿐만 아니라 민법과 상속재산의 분할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9월 유산취득세 도입 방침을 공식화한 뒤 처음으로 열린 간담회다. 당시 최 부총리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유산취득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당수 국가에서 채택하는 방식”이라며 “유산세보다 세 부담이 공평하고 부의 집중 완화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산취득세는 OECD 회원국 중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는 24개국 중 20개국이 채택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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