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직원의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우대사항에 운전가능자를 기재하더라도 필수근로조건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A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제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올 9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A회사는 지난해 2월 채용공고를 게시하는 과정에서 우대사항에 운전가능자를 기재했다. B씨는 공고를 보고 A회사에 입사지원을 한 후 면접을 거쳐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A회사는 B씨가 거래처 방문업무 수행에 필요한 운전능력이 미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 종료 의사를 B씨에게 통보했다. B씨는 A회사에 100만원을 수령하면서 지출 결의서에 자필 서명했다.
B씨는 계약 종료 후 한 법무법인을 찾아가 부당해고구제 신청 관련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했고, 법무법인으로부터 사건을 통보받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 사건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며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고 구제신청 인용 판정을 내렸다. A회사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는 같은 취지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계약 조건인 운전능력이 미달돼 계약이 무효이거나, 무효가 아니더라도 근로계약 해지 제안을 B씨가 동의해 합의해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용공고에는 담당 업무와 관련해 ‘무역업무 보조, 수출입 관련 업무, 문서 작성’과 같은 서류 업무가 채용예정자의 담당 업무로 기재돼 있을 뿐”이라며 “지방에 위치한 거래처를 운전해 다닐 정도의 운전 실력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필수적 조건이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운전 가능 여부는 우대사항일 뿐 근로계약 조건으로 인정할 수 없어 계약 무효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합의 해지 여부도 A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통보 당시 즉각적으로 회사에 항의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바로 변호사를 통해 상담을 한 뒤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다”며 “100만원을 A회사에 수령한 행위도 기존 근무에 대한 급여 명목 지급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방적 통지해고이면서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해당 해고는 위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