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낮은 성과를 기록하면서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해외주식형 상품은 물론 국내 채권형 수익률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초 이후 해외주식형 ETF에 15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린 사이 국내 주식 상품 순유입액은 3조 원에 그쳤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 증가한 국내 주식형 ETF는 단 2개 뿐이다.
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ETF 350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5.8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ETF 285개의 평균 수익률은 26.65%로 이들 사이 격차는 30%포인트를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 ETF 수익률은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상승 중인 국내 채권형 ETF의 수익률(3.2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통상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국내 지수를 추종하면 국내 주식형 ETF로 분류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같은 해외 지수를 추종할 경우 해외주식형 ETF로 분류한다.
정부가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 1위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는데다 자동차, 방산, 반도체 등 일부 수출 기업을 제외하고는 고환율과 내수 부진 심화로 대다수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대표 주가 지수인 코스피는 올 들어서만 -4.25% 하락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중국 경기 침체로 철강, 화학 등 경기 사이클 업종이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해외 증시는 국내 증시와 달리 순항 중이다. 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 모두 올해 20% 이상 올랐고 한 때 코스피 지수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했던 중국 증시도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급등하며 지난해 말 대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13.72% 상승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와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자 투자자들은 해외주식형 ETF로 대거 갈아타는 양상이다. 실제 해외주식형 ETF에는 올 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4조 8330억 원의 투자 자금이 순유입된 반면 국내 주식형 ETF에는 5분의 1 수준인 3조 1579억 원이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심지어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ETF에도 국내 주식형보다 4배 가량 더 많은 11조 4157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자산운용사들도 국내보단 해외 주식형 ETF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일 기준 신규 상장과 폐지를 모두 반영해 집계한 국내 주식형 ETF 수는 350개로 지난해 말(348개) 대비 2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해외주식형 ETF는 지난해 말 220개에서 65개(29.55%) 증가한 285개를 기록했다. 이미 2023년 한 해 증가분(53개)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국내 채권형 ETF도 지난해 말 대비 21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 ETF 소외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우리 시장이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 결과 발표까지 관망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자산운용사들도 국내보단 해외 시장 점유를 위해 애쓰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