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개선 신호탄 기대…북러 밀착 '견제구' 해석도

■中, 수교후 첫 한국 무비자 허용
8일부터 '일방적 무비자' 시행
반간첩법 여론 달래기 포석도
출장 등 기업 편의성 개선될듯

중국 베이징의 대표 관광지인 바다링 만리장성. 서울경제DB


중국이 이달 8일부터 한국을 15일 무비자 대상 국가로 포함시키며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인에 대한 중국 방문 비자 면제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비자 정책이 철저하게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한국에 어떤 신호를 보낸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슬로바키아·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안도라·모나코·리히텐슈타인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방적 무비자는 상대 국가가 동일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비자를 면제해주는 정책이다. 8일부터 이들 국가의 일반 여권 소지자는 비즈니스, 여행·관광, 친지·친구 방문, 환승을 위해 15일 이내로 중국을 방문할 때 별도로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이 한국과 1992년 수교한 후 처음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만큼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방적 무비자’ 대상국 대부분은 유럽 국가들이고 유럽 이외 국가로는 한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말레이시아가 있다. 특히 일본·미국 등은 제외하고 한국만 포함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한미일 협력, 북러 밀착 등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특히 북러 밀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한을 겨냥해 ‘한중 관계 강화’ 신호를 보내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한국인이 반간첩법 혐의로 구속되는 첫 사례가 발생하자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방문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외국인의 중국 관광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으로서는 경기 부양이 시급한 만큼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 편의를 높여 여행 수요를 늘리겠다는 목적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중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자 지난해부터 상호 비자 면제, 일방적 비자 면제 대상 국가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중국 방문객 수가 약 435만 명에 달했다. 한국인에게 중국은 단체관광 수요가 많은 국가지만 비자 발급의 불편함은 걸림돌로 지적됐다.


여행 업계는 중국의 무비자 정책으로 중국 여행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비자는 저렴한 일회용(단수) 단체 비자의 경우에도 발급 비용이 6만 원에 달하고 발급 기간도 1주일가량 걸렸다”면서 “이번에 비자가 면제되면 두 배 이상 많은 관광객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편의성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단기 출장에 도움될 것”이라며 “중국에 사업장이 많은 기업들은 매번 비자를 받고 갔어야 했으나 급한 용무가 생겼을 때 출장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유화 제스처를 보낸 만큼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내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위기 고조 차원에서 양국 관계 개선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한편 중국의 무비자 방침이 갑작스레 공개된 만큼 외교부에서도 정확한 발표 시점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한중 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흐름 속에서 사전 교감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이 오래전부터 협의해온 사항”이라며 “인적 교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