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몰래 녹음 되고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및 사회가 ‘녹취 포비아’에 빠졌다. 우리 집에서도, 내 차에서도 언제든 녹취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녹취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권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 행위와 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법리적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대화 당사자가 몰래 한 녹음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데, 갑질이나 폭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제외하고는 녹취를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요즘 사적인 대화, 사생활 보호영역에 있는 대화 녹취해서 공개하는 파렴치한 행태가 많이 벌어진다”며 “신뢰감 있는 인간관계 형성 깨뜨리는 행태”라고 말했다.
녹취 공포는 정치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자주 연락을 받게 된 민원인과 통화하면서 불쾌감을 느꼈다. 민원인과 통화할 때마다 들리던 ‘삐’라는 소리가 상대방이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A씨가 해당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종종 민원인에게 정보 정정을 위해 연락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민원인은 통화가 끝날 때쯤 A씨의 이름까지 확인하며 감시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A씨는 “민원인이 마치 내가 잘못하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섬뜩했다”며 “녹음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알 수 없어 공포가 느껴지고 스트레스도 쌓였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