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제주도 동쪽 해상에 한 무리의 전투기가 ‘V’자 모양으로 날아올랐다. 선두에는 일명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위치했다. 그 뒤로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위장색을 적용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전투기들이 뒤따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예정에 없었던 이번 훈련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호를 시험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하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제주 동쪽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이 겹치는 하늘에서 진행된 이번 훈련에는 B-1B와 함께 한국 공군의 F-15K와 KF-16, 미 공군 F-16,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등 3국의 전투기가 참가했다.
B-1B는 한미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계획된 훈련 공역으로 이동했고 가상의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격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B-1B는 최고 속도 마하 1.25(시속 1530㎞)에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다. 괌 미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전개할 수 있다. 핵무기는 운용하지 않지만 최대 57톤 무장을 장착할 수 있어 B-2(22톤)나 B-52(31톤) 등 다른 미군 전략폭격기보다 무장량이 월등하다.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북한의 중대도발 등 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한반도에 투입할 미군 전략자산으로 거론된다. 미군은 인도·태평양 역내 폭격기동부대(BTF) 등 임무 수행을 위해 주기적으로 태평양 괌에 B-1B 편대를 전개한다.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훈련 참여는 올해 들어 4번째이며,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은 올해 들어 2번째라고 합참은 전했다.
이날 B-1B 참가 한미일 공중 훈련은 북한의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에 대응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해 실시됐다. 합참은 “이번 훈련은 지난 10월 31일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3국의 대응 차원”이라며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과 함께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한 강력한 대응의지·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앞으로도 한미일 3국은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3국 안보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