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들이 미국의 탄탄한 경제 상황을 암시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 치러질 미 대선의 결과를 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화,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2%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2022년 4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상승률이다. 달러인덱스는 이달 첫 거래일이었던 1일에도 0.33% 상승하며 104.32로 올라섰다.
이 같은 달러 강세에는 미국 경제 지표 호조와 함께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고 그가 언급한 20% 보편 관세 공약이 시행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고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RBC 글로벌자산관리의 안드제이 스키바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예상보다 나은 경제데이터까지 발표됐기 때문”이라면서 “트럼프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달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그의 공약들은 달러 약세를 이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월가에서는 관세 정책으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중국, 멕시코 등 무역 상대국 통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 가치의 향방을 두고는 견해가 갈린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래드 백텔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달러인덱스가 매우 빨리 100.0로 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TD증권의 마크 매코믹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이 근본적으로 달러 가치에 부정적 요인은 아니라면서 경제지표, 기준금리 등이 모두 달러에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매체 마켓워치는 두 후보가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여러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미 증시 흐름을 보면 아직 대선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대선과 상·하원 선거 결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을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3%를 넘어선 상태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미 정부 재정 적자 우려가 부각될 경우 10년물 금리 4.5%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