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구금 베트남 유학생…형사보상금 1억 받는다

마약 판매 공모 및 소지 혐의로 구속 기소
1심 실형 후 증거 불충분으로 2심 무죄
대법원 5월 무죄 확정 후 형사 보상 신청
구금 379일, 일 30만 원 기준 1.1억 보상

광주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동거인의 마약 판매를 도와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베트남 유학생이 상급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1억 원이 넘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박정훈 재판장)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베트남 유학생 A 씨에게 형사보상금 1억 1370만 원을 지급하는 결정을 지난 9월 23일 확정했다. 형사보상은 형사상 재판 절차에서 억울하게 구금되거나 형의 집행을 받거나 재판을 받느라 비용을 지출한 사람에게 국가가 손해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해당 피고인의 구금일수가 379일이며 구금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해 1일 보상금액을 30만 원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연인인 B 씨와 동거 중에 합성대마 및 엑스터시를 판매하기로 하고 2022년 2월께 B 씨의 마약 판매 현장에서 망을 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합성대마 1.9g을 합성대마 제조기와 담배필터 상자에 넣어 보관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마약매매 알선자와 동일인물이라는 진술과 주거지 압수수색 결과 마약 관련 물건이 있었던 점, 경제활동 없이 에쿠스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 부인이 일관되고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매매할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A씨가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B 씨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공동가공의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B씨는 A씨와 범행을 공모하거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A씨의 변명에는 합리적이지 않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긴 하지만 검사의 증명이 확신을 가질 정도의 충분성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지난 5월 기각 판결이 나와 A씨의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천기홍 법무법인YK 대표변호사는 “마약사범의 경우 진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일관성 있는 피고인의 진술에 신빙성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1심에서는 마약 유통을 막기 위해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접근해 사실관계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며 "항소심에서는 직접 증거가 없을 때 정황에 대해 엄격히 판단하고, 현재 정황만으로는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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