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드론이 가격 수백억 원대의 전차들을 잇달아 파괴하면서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인 드론 조종사가 주목 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만 했던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이 드론 조종 실력을 바탕으로 현대전에서 치명적인 저격수로 거듭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사례로 우크라이나군 드론 부대원인 올렉산드르 다크노(29)를 소개했다.
학창 시절 게임만 즐기는 ‘괴짜(nerd)’ 취급을 받았던 다크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으로 지난 1년 반 동안 죽인 러시아군의 수는 300여명으로 추산된다.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 당시 공식 확인 기록 160명, 비공식 기록으로는 255명을 사살해 미군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로 불렸고 2015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모델이 된 크리스 카일의 기록을 넘어선다.
WSJ는 이처럼 실제로 전장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전사 이미지의 군인들이 아닌, 학창 시절 게임만 즐겼고 전투에서는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맹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드론 조종에 필요한 것은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빠른 사고력과 예리한 눈, 민첩한 엄지손가락이라고 짚었다.
드론 부대원의 대다수는 실제로 군에 복무한 경험이 없어 상관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상명하복' 같은 군대 문화는 알지 못하고 지키지도 않는다. 직접 전장에 투입되는 다른 부대원과 달리 상대적으로 먼 곳에서 일해 안전하다는 점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WSJ는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전쟁으로 포병과 탄약이 부족해지자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드론 전술에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초로 드론 부대를 여단에 통합시켰다. 또한 슬라브 민화에 나오는 사악한 마녀의 이름을 딴 '바바 야가'라는 대형 드론도 개발했다. 지난 10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점령지를 불태우거나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일명 '드래건 드론'을 투입해 공중에서 녹은 금속 물질인 '테르밋'을 투하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드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