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근 전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HL만도(204320)·한국단자(025540)공업·이수페타시스(007660)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전장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이 밖에 2차전지 관련 종목들과 주주 환원 확대가 기대되는 금융주도 대거 사들이며 지분을 늘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 HL만도의 주식 7만 181주를 3만 9151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민연금의 HL만도 지분은 총 472만 5797주로 지분율이 10.06%에 달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7월까지만 해도 HL만도 주식 3만 1390주를 팔아 치우며 지분을 줄인 바 있다. 국민연금은 같은 날 한국단자공업 주식 3000여 주도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앞서 9월 한국단자공업 주식 6만여 주를 매도했다.
HL만도는 자동차 제동·조향 등 섀시 부품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ADAS에서 10% 이상의 매출을, 전장 제품에서 6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3분기 영업이익이 8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느는 데 그쳤다고 밝혔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연이어 올리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 목표가를 4만 5000원에서 5만 5000원으로, 같은 날 KB증권과 DB금융투자증권도 목표가를 각각 5만 2000원에서 5만 4000원으로, 4만 4000원에서 5만 1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HL만도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수혜가 기대된다. 이병근 LS증권(078020)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인 북미 업체의 저가형 전기차 양산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등 신규 수주액이 2021년과 2022년 각각 11조 원, 2023년 17조 원, 올해 15조 원(예상치)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3세대 자율주행 제어기에 대한 양산 준비까지 마쳐 자율주행차 생산 승인 시 현대차(005380)그룹으로의 납품이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단자공업도 차량 내 고전압 커넥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북미 지역에서의 매출이 지난해 3분기 204억 원, 4분기 286억 원, 올해 1분기 548억 원, 2분기 892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피델리티매니지먼트앤드리서치컴퍼니도 지분 5.33%를 보유 중이다. 정홍식 LS증권 연구원은 “한국단자공업은 40년 이상 매출이 역성장 없이 꾸준히 성장해왔다”면서 “올 3분기에도 북미 매출 추정치를 633억 원에서 78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3분기 영업이익도 기존 전망치인 338억 원에서 소폭 증가한 374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전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과 회동하며 모빌리티와 전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이에 반도체 회로 기판 제조 기업인 이수페타시스도 전장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7일 이수페타시스 주식도 23만 7209주 순매수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밖에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 81만 668주(지분 0.35%)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 33만 8916주(0.57%) 사들이며 2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사들였다. 아울러 BNK금융지주(0.21%), 키움증권(0.54%), 한국금융지주(0.08%), 미래에셋증권(0.13%)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따른 주주 환원이 기대되는 금융주들도 대거 쓸어 담았다. 반면 카카오·CJ제일제당·한화엔진·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은 내다 팔며 지분을 소폭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