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재생농업, 비콥인증…커피 회사가 지속가능성에 진지한 이유

네스프레소, 전 세계 커피 농장과 직계약
오는 2030년 캡슐 재활용률 60% 목표

컨베이어벨트에서 캡슐을 분류하는 근로자들. 이 곳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캡슐이나 이물질 등이 섞인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자력선별기로 알루미늄 캡슐을 먼저 골라내고, 이어 사람의 손으로도 한 번 더 걸러냅니다.

딱 3년 전 이맘때, 네스프레스 커피 캡슐을 재활용하는 공장(다시 읽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기업이 재활용 시스템을 잘 갖춰놓은 덕에, 또 소비자 개개인이 조금씩 품을 들여준 덕에 기대 이상으로 재활용이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재활용뿐만 아니라 재생농업, 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의 측면에서 어떤 일들을 해오고 있는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스프레소 개발, 그 뒷이야기

네스프레소는 1986년에 처음으로 커피캡슐 머신을 선보인 회사입니다. 네스프레소의 모회사인 네슬레에서 근무하던 에릭 파브르가 개발했습니다. 개발한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이탈리아인 아내를 위해서였습니다. 스위스에 거주 중인 이탈리아 사람의 입맛에 맞는 커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파브르는 로켓공학 전공자였고, 머신을 만들냈습니다. 그러나 당시 회사의 반응은 미지근했다고 합니다. 커피믹스 시장에서 이미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 커피캡슐 머신은 너무 낯설었겠죠. 그러나 파브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네슬레에서 근무하면서 결국 임원으로 승진했고, 그 때 다시 회사를 설득해서 마침내 네스프레소를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1991년부터 캡슐 재활용…종이 캡슐 출시도

이승오 네스프레소 코리아 마케팅 본부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역시 유럽 기업들은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스프레소는 유럽 기반의 회사다 보니, 이미 1991년 캡슐 재활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네스프레소 캡슐의 60%를 재활용한다는 목표입니다. 2020년 말의 전 세계 재활용률이 32%였는데, 현재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60%를 향해 착실히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적은 것처럼, 한국 소비자들의 캡슐 재활용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꽤 높아서 60%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재활용 알루미늄(80%)을 쓴 캡슐 제품, 종이 캡슐(유럽 한정)도 출시됐습니다. 다양한 시도로 자원순환의 길을 착실히 걸어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거한 커피박 중 42%는 바이오펠릿(전기 생산에 연료로 투입), 40%는 비료, 18%는 퇴비로 쓰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소품들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왼쪽부터)카카오메이커스와 협업해 만든 라이언&춘식이 알루미늄 키링, 버려지는 생두 껍질을 더해 만든 루프 컬렉션, 커피박을 재활용해 만든 홈가드닝 키트. /네스프레소

캡슐 재활용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네스프레소는 전 세계 커피 농장(농부 수는 무려 18만명)과 직계약을 해서 커피를 공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농장이 커피나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재생농업을 도입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네스프레소가 공수하는 95%를 재생농업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커피 농부들의 행복이 커피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됐다는 믿음으로, 농장 근처에 도서관이나 아이들 놀이터를 조성하는 등의 지원 산업도 꾸준히 계속되는 중입니다. 덕분에 네스프레소는 2022년에 환경,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기업에만 주어지는 비콥 인증도 받았습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발걸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네스프레소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량 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네스프레소 생산 센터 모두(스위스에 3곳)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됩니다. 태양광 패널은 물론이고,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까지 모아 활용한다고 합니다.


그저 좋은 기업처럼 보이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이승오 본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기존의 주요 커피 산지는 너무 더워져서 커피를 기르지 못하게 될 전망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커피는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떠나 네스프레소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어요."


커피 캡슐의 탄소배출, 000보다 낮다

3년 만에 다시 본 커피가루(커피박)와 알루미늄의 분리 과정은 여전히 속이 시원했습니다. 이용상 네스프레소 코리아 TQM팀 매니저님은 "이 공장에 오는 커피캡슐, 커피박은 98% 재활용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나머지 2%는 소비자들이 다 쓴 커피캡슐을 담아 보내는 전용 비닐백인데, 이것도 앞으로는 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타사 캡슐들이 섞여들어오기도 하는데, 알루미늄 소재라면 다 같이 재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캡슐은 이 곳에서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알루미늄은 수거만 잘 되면 무한 재활용이 어렵지 않은 소재고 실재로 재활용률도 높기 때문에, 애초에 커피캡슐 머신을 고를 때 알루미늄 캡슐을 사용하는 제품으로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상반기 네스프레소 코리아가 재활용한 커피캡슐은 1139톤 규모. 덕분에 탄소 340톤을 줄였습니다. 30년생 소나무 4만2500그루가 탄소를 흡수해준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커피캡슐 자체는 환경 측면에서 최선일까요? 아무리 재활용이 가능하다 해도 애초에 포장재를 덜 쓰는 제품이 좋지 않을까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모카포트로 커피를 끓여 마시곤 했는데, 의외의 연구 결과(by 퀘백대)가 있었습니다. 꽤 신기한 내용이라서 덧붙여봅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탄소배출량 배틀 - 커피메이커 vs 캡슐커피 vs 프렌치프레스 vs 커피믹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두와 물을 정량대로만(남기거나 버려지는 것 없이) 쓴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탄소배출량이 많은 방식은 커피메이커 커피(드립커피)입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식당 직원이 계속 리필해주는 바로 그 커피죠. 같은 양의 커피를 내리더라도 더 많은 원두가 투입되고, 계속 보온하느라 전력사용량이 많아서입니다. 퀘백대에 따르면 커피메이커 커피의 탄소배출량은 172g입니다.


그리고 프렌치프레스와 캡슐커피의 탄소배출량은 125g, 127g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캡슐커피는 포장재까지 추가되는데 어째서 그런 걸까요? 관건은 커피원두 사용량입니다. 커피원두 생산·소비·폐기까지 전 과정 중 ‘생산’에서 전체 탄소배출량의 40~80%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적은 양의 원두로 맛을 뽑아내는 효율적인 방식이 중요하단 얘기죠. 마지막으로 인스턴트 커피의 탄소배출량은 109g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커피를 만들면서 꼭 맞는 양의 원두와 물을 쓰기란 꽤 어려운 일입니다. 물의 양을 맞추느라 버리기도 하고요. 커피 원두나 물을 살짝 남겨서 버리는 경우까지 감안했을 때의 탄소배출량은 필터커피 206g, 프렌치프레스 147g, 인스턴트 커피 130g, 캡슐커피 128g으로 캡슐커피의 승리였습니다. 탄소배출량 측정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단 점은 염두에 둬야겠지만 말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기사(영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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